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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연애 블루스
한상운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10월
평점 :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묵직한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소설이 왜 그렇게 읽기 힘들어야 하는가 의문을 가지고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이 좋은 게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설을 읽는 취향은 독자마다 다 다르겠고, 그래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독서를 하게 된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자신의 취향과 다른 소설을 접할 때도 있다.
이번에 나의 경우가 그랬다. 일명 장르소설이라고 하는 로맨스, 스릴러, 추리 소설에 대한 호감이 부족하기에 선뜻 내 손으로 선택하지 않았을 소설을 만났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머리를 식히기에는 딱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야기가 박진감 있게 진행된다. 첫 장면에서 7년 동안 사귀던 여자에게 차인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한 여인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녀 때문에 깡패와 싸우고, 그리고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야말로 숨 막히게 빠르게 진행되는 서사를 만나게 된다. 독자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얼른 페이지를 넘기게 되니 그야말로 '페이지 터너'가 아닐 수 없다.
일견 사람과 사람이 첫눈에 호감을 가지고 빠져들고 하는 과정이 있는 점은 로맨스 소설과 비슷하다. 하지만 여기에 속도감과 긴박감을 주는 사건(일상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어떤 범죄조직과 죽고 죽이는 싸움)은 스릴러의 요소를 갖고 있다. 게다가 형사 생활을 하다가 어떤 문제로 인해 잠시 휴직한 한 인물로 인해 사건을 추적하고 조사하고 해결하는 과정은 추리소설과 같다.
이렇게 여러 가지 요소가 뒤섞여 있어, 지루한 감을 느끼지 못하고 책을 읽는 두 시간 정도는 다른 생각을 접어둘 수 있었다. 이 소설이 문학적으로 얼마나 괜찮은지, 혹은 가치가 있는지 하는 평가는 보류하기로 한다.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게 별 의미가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우연이 만난 사람들이 엄청난 사건에 휘말려 평소와는 다른 경험과 행동을 하고, 그리고 어찌 되었든 해결을 보는 그저 재미로 읽을만한 소설이다. 여기에 문학적 요소가 어떻고, 주인공의 캐릭터가 어쩌고 하는 것은 사족일 뿐이다.
칸 영화제나 베를린 영화제 등 영화제에 출품하고자 하는 영화들이 별 재미는 없고 오히려 싸우고 울고불고 하는 영화가 한 두어 시간 우리의 감정을 빼앗아 갔던 것처럼 그렇게 읽으면 좋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