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나는 일하는 사무총장입니다
남정호 지음 / 김영사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반기문 유엔 총장이 뉴스에 자주 오르내린다. 국내 정치에 대한 희망의 부재가 불러온 그의 이름을 우리는 유엔 총장이 되었을 적 뉴스와 책을 통해서 많이 접했다. 어렸을 적 에피소드를 주로 다룬 위인전 느낌이 다분한 책부터 검증되지 않은 그의 리더십을 말하는 책까지 그는 한순간 대한민국의 영웅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의 뉴스는 쏙 들어가 버렸고, 종종 외신을 전해주는 뉴스에 따르면 일하지 않는 총장, 존재감이 없는 사람, 심지어 유엔의 보이지 않는 사람(invisible man)이라는 말까지 들렸다. 과연 반기문은 누구인가?

 애매한 어법, 욕먹지 않는 적당한 처신 때문에 반반이라는 별명이 있다고 하는 그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나와 있는 그에 대한 위인전식 접근의 책과는 다른 접근의 <반기문, 나는 일하는 사무총장입니다>는 반기문 유엔총장이 과연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국제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앞으로 어떤 인물로 남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서로 다른 의견을 조용히 조율하면서 움직이기에 애매하다거나 일을 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평을 듣던 그가 그동안 한 일을 옆에서 지켜보았던 저자는(중앙일보 부국장이면서 국제 선임기자로 뉴욕 특파원 시절 유엔 본부 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반기문 유엔 총장의 고민과 카리스마, 혹은 리더십과 인간적인 면을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펼쳐놓고 있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자랑과 과한 외교적 언사를 해오는 다른 유엔 총장들과 달리 조용하고 딱딱해 보이는 그는 초기에는 여러 나라에서 비판을 받았다. 물론 거기에는 반기문 총장 자체의 문제점도 있었다. 사형제에 대한 한국의 현실 때문에 분명하게 말하지 못한 점, 인권에 대한 소극적인 행동 등은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그는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시정해 나갔으며, 그의 여성에 대한 시각과 행동은 획기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조용하기만 했던 그의 행보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에 찬 적극적인 행동으로 변했다.  그 근간에는 열정과 노력, 무엇보다 솔선수범하며 스스로를 낮추는 아시아적 리더십이 있었다.
 
 그런 그가 얼마 전 작은 실수를 한 뒤 재치 있게 수습하는 행동을 보여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반 총장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한 기자회견에서 내륙 개발도상국 유엔 콘퍼런스 개최를 주관한 오스트리아에 사의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스트리아를 오스트레일리아로 잘못 표현했다. 반 총장은 측근들로부터 자신의 실수를 지적받고 "오스트리아에는 캥거루가 없지요. 가끔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여러분께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재치 있게 사과했다. ' 오스트리아에는 캥거루가 없다'라는 말은 오스트리아가 사람들에게 오스트레일리아와의 혼동을 피하게 하면서 자국을 알리는 데 애용하는 문구다. 실수를 인정한 반 총장은 이후 유엔을 통해 '오스트리아에는 캥거루가 없다'라는 글과 이미지가 적힌 티셔츠를 직접 들고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거듭 오스트리아 국민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반기문 총장의 이러한 태도는 더욱 그를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오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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