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혁명가 그리고 요리사
바버라 킹솔버 지음, 권경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화가, 혁명가 그리고 요리사

작가
바버라 킹솔버
출판
RHK
발매
201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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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3
 

레안드로는 말과 소란의 차이를 잠시 생각한 다음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

"무슨 상황?"

"어떤 마음을 품었느냐에 달렸어. 그 물고기가 자기 뜻을 다른 물고기한테 이해시키고 싶어 하는지 아닌지에 따라서 다르지."

"만약 물고기가 자기 존재만 드러낼 생각으로 말한다면, 그건 그냥 소란이야."

 

 

  p.29
 

소년은 여기서 점점 말라가다 모든 책을 읽고 나면 굶어죽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 그는 굶어죽지 않을 것이다. 담배 가판대에서 산 노트가 희망의 시작이었다.

 

그는 마치 자기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사람 하나하나를 카메라로 찍는 것처럼, 그래서 자신은 모든 사진에서 빠진 것처럼 글을 썼다. p.44

 

라쿠나-- 네가 속한 세상의 다른 편을 찾아내.

 

아무도 읽길 바라지 않으면서 왜 그렇게 글을 써야만 했는지...

어쨌거나 노트는 그렇게 불타버렸다. 고문서 연구가들은 이런 종류의 글, 즉 사라진 부분을 라쿠나라고 부른다. 라쿠나. 이야기의 빈자리. 공백. 그리고 그 구멍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다. p.145

 

 

언제나 빠진 조각이 있어서 당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을 진정으로 알고 있다고는 말하지 못한다는 말. 당신들이 절대 알지 못하는 어떤 것. 거기에 이야기의 진수가 있다.

 

세퍼드 씨. 머리가 보내는 나쁜 생각을 멈출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걸 꾸짖지 말고 가라앉히세요.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당신이 알지 못하는 조각에 있다.

 

라쿠나 바위와 물로 차 있는 공백.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낯설고 냉랭한 시대에 사람들은 그를 위해 구덩이를  파고, 거기에 그 남자를 묻고, 그 남자가 만들었던 모든 것을 함께 던져 넣었다. 이집트의 미라처럼.

 

그는 살아가기를  너무 두려워했지만 그럼에도 살아냈다. 그게 그가 이룬 불후의 업적이다. 그는 과거의 사람들에게 살을 입히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써냈다. 그 일에 몰두했다.

 

 

 

 

 

멋진 책이다.

라쿠나, 잃어버린 빈자리, 공백, 구멍

우리가 미처 역사 속에서 발견해내지 못한 그 빈자리에 어쩌면 진실의 조각들이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에게, 혹은 그녀에게 말하지 않은 그 맘속에, 그 이야기 속에 나의 진실이 담겨져 있는 것처럼.

작가는 미국과 멕시코를 오가며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하는 멕시코의 영웅인 두 명의 화가와 러시아 혁명의 와중에 스탈린에게 쫓겨 멕시코로 도망 온 트로츠키와의 공간에 가공의 인물 하나를 살짝 넣어둔다.

 

이 주인공은 그들에게 요리사요, 비서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써가지 않으면 살 수 없었던 작가였다.

아무도 읽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지 않으면 살 수 없었던 작가는 1940,1950년대 미국에 메카시 광풍이 몰아치면서 공산주의와의 연루 의혹을 받고 더 이상 글을 쓸 수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도 없다.

그가 선택한 길은 어릴 적 발견했던 라쿠나가 있던 곳으로 가는 것.

그는 비서의 눈앞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비서는 몰래 숨겨두었던 그의 일기장을 토대로 (그가 태워버리라고 했던) 그의 삶의 진실을 풀어 놓는다. 세상은 그를 파묻어 버리려고 하지만 그녀가 몰래 살려두었던 일기장에 의해 그의 생이 되살아 난다.

 

사람들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은 빠진 조각들의 이어 맞춤. 이것이 그의 삶의 진실일지는 모르겠지만...

책에 나온 한 글귀처럼.

열심히 살았는데 다다른 곳이, 슬프게도, 여기인 사람

이것은 그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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