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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평점 :
동화 <푸른 수염>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내가 그 책을 굳이 빌려서 읽은 이유는 이번에 나온 아멜리 노통브의 신작 <푸른 수염>을 읽고 나서 생긴 궁금증 때문이었다. 왜 작가는 '푸른 수염'이라는 동화에 매료되었으며, 이 동화를 다시 쓰고 싶어졌는지, 그리고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의미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우선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을 보면 푸른 수염을 한 추하고 무섭게 생긴 귀족의 부인인 된 가난한 집안의 여인은 푸른 수염의 귀족이 멀리 떠나면서 열어보지 말라고 호기심에 한 작은방을 열어보고 푸른 수염에게 죽임을 당할 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녀는 언니와 오빠들의 도움으로 푸른 수염을 죽이고 전 재산을 차지하며, 그 재산을 바탕으로 훌륭한 남자를 만나 결혼해서 푸른 수염과의 불행했던 결혼생활을 보상받는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아멜리 노통브는 이 이야기의 어떤 점에 끌렸을까? 미녀와 야수, 그리고 많은 여학생들이 알게 모르게 많이 읽었던 하이틴 로맨스의 숱한 이야기들처럼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하지만 비밀스러운 이야기와 괴팍한 성격을 가진 부유한 남자와 가진 것은 없고, 오히려 비참한 지경으로 궁지에 몰린 젊고 예쁘고 하지만 당찬 아가씨와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 끝에 진정한 사랑임을 알아차리고 둘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 하는 이야기로 결말을 짓고 싶어서였을까?
우선 우리가 아는 아멜리 노통브는 그런 뻔한 방식으로는 이야기를 끌어가지 않을 것임을 전제로 하고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멜리 노통브의 <푸른 수염>에서 푸른 수염으로 등장해야 할 남자는 44세의 에스파냐 귀족으로 부유하고 20년 동안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방을 세놓는 방법으로 8명의 부인을 얻어 살았지만 지금 현재 그 8명의 부인은 실종 상태이며, 다시 자신의 집에서 같이 생활할 여성을 구하고 있다.
이 푸른 수염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될 여성은 벨기에 여인으로 미술학교 보조교사, 다시 말하면 비정규직 젊은 여성으로 친구 집에서 얹혀살고 있으며 좀 더 싸고 좋은 셋방에 대한 간절함으로 방을 얻게 된다. 여기서도 이 비밀스러운 남자는 단 하나의 방에 대해서는 접근금지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그는 손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여인에게 대접하고 최상의 샴페인을 준비하고, 여인에게 꼭 어울리는 노란빛의 옷을 지어주는 뜻밖의 남성이다. 이 둘은 식사를 같이 하며 수준 높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하지만 이 남자는 색과 사랑에 대한 욕망이 강하다. 책에서는 일본어로 색과 사랑이 같은 말이라고 나오지만 그것은 아마 한국어와 비슷한 경우일 듯하다. 색에 대한 사랑 이것은 사랑에 대한 지나친 사랑과 같은 의미가 된다. 이런 강한 욕망은 현실의 저편을 지향한다. 그래서 도착의 변태적 욕망일 수밖에 없다. 이런 욕망은 대상을 파괴하고 절대적으로 지배하려는 충동이다.
동화 푸른 수염에서 여인은 다른 이의 도움으로 이 곤경에서 빠져나왔다면 노통브의 이 책에서 여인은 스스로의 영리한 추리와 판단으로 주인공 남자가 타자의 욕망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는 자신의 욕망만을 추구하는 교만함을 발견하고 그 남자를 죽게 두는 결단을 내린다. 이런 거세를 통해 결국 여인은 자신의 색(노란색)으로 다시 태어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푸른 수염의 변주곡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더욱 명확해진다. 부와 안락함에 대한 욕망에 자신을 버리고 불나방처럼 덤벼드는 많은 이들에게 그것이 결국 죽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그 죽음에서 벗어나는 길이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찾는 길임을 알려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