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기담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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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譚),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말한다. 예전에 우리나라에도 이런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같은 이야기가 담긴 이야기책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유의 책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이런 이야기책들이 종종 발간되고 있다. 그것에 대해 어느 학자는 일본의 경우 특유의 다신교 문화를 가지고 있어 괴담이나 기담이 계승되고 발전될 토양이 충분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교와 기독교의 영향으로 '미신'으로 취급되어 기담이 점차 줄어들거나 발전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멀쩡한 세상을 배경으로 이성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한 일들이 지금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데 도깨비쯤이야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도깨비가 없다는 것을 아무도 증명할 수는 없으니까. 우리는 신이 있음을 혹은 없음을 증명하지 못하지만 그 신을 믿는 것처럼 증명할 수 없는 것도 믿기로 하자.

그래서 현실과 상상이 묘하게 뒤섞인 우리가 알 수 없는 그것이 존재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어떤 이는 그 뒤에 인간의 욕망이 숨겨져 있어서, 혹은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주니까 기담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나의 경우 그냥 좋다. 우선은 그 야릇함에 끌린다. 하루키가 <<도쿄기담집>>의 첫 단편인 <우연여행자>에 등장해서 하는 말처럼 이런 이야기는 단조로운 삶에 다채로운 재미를 더해준다고 생각한다. 분석하기를 좋아하고 원인과 결과를 꼭 따져내고야 마는 이상한 버릇이 있지만 이런 이야기에는 그저 받아들이고 흐흐 웃으며 다시 일상을 살 뿐이다.

하루키가 엮어 낸 <<도쿄기담집>>의 다섯 편의 기담은 우리가 눈여겨 살펴보지 않았다면 그저 그런 일이 될 수도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가 몇 차례 거듭되고, 우리의 마음속에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면(하나레이 해변의 사치처럼: 그녀는 하나레이 해변에서 서핑을 하다가 아들을 잃고 매년 하나레이 해변을 찾는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나 차를 태워 준 일본 청년들이 아들의 모습을 보았다고 하는데......) 일종의 메시지가 되어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읽어내고서 '신기하다, 이런 일도 일어나는구나'하며 놀라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또 평범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아마 우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고 혹은 참사 (일본의 원전 사고나 우리나라의 세월호 참사)보다 책에 실린 이런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쉬운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하다. 슬프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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