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이야기꾼들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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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화롯가에서 마려운 오줌을 참으며 할아버지가 해주시는 무서운 이야기에 빠지기도 하고, 친구들과 놀러가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가장 무서운 이야기하기 게임을 하기도 하면서 자랐다. 인간은 이야기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애정을 가지고 있나 보다. 그래서 오죽하면 호모픽투스(Homofictus: 이야기하는 인간)이라는 호칭까지 붙었겠는가? 우리는 왜 이야기에 빠지게 될까? 인간을 스토리텔링 애니멀이라고 부른 조너선 갓셜은 첫번째 이유로 "뿅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야기, 픽션은 코카인과 같은 마약이다. 지루하고 가혹한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마약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전건우 작가의 <밤의 이야기꾼들>은 그렇게 우리의 잊혀진 옛날 그 컴컴한 밤의 이야기들을 현재로 불러내었다. 발자국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온몸을 움츠리며 들었던 그 무서운 밤의 이야기를 나즈막히 그러나 생생한 목소리로 재연하며 이야기를 잃어버리고 사는 우리를 예전의 따스했던 그날의 밤으로 데려간다.

화롯가에 동그랗게 둘러앉아 한가지씩 하던 이야기처럼 작가는 도깨비가 데려가는 남편으로 과부가 된 여인들의 이야기에서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존재를 만난다는 여자의 이야기 '도플갱어' 새로 이사 간 집의 옛 주인이 자꾸 주변에 나타나 두려움에 떠는 사람의 이야기, 눈의 저주를 받은 너무 아름다운 여인을 사랑하는 아름답고 슬픈 사랑이야기까지 우리는 이야기가 벌어지는 화롯가를 떠날 수가 없다.

이야기는 현실에서는 벌어지기 힘든 무서운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소 비현실적인 이런 이야기에 넋을 놓고 빨려든다. 왜 그럴까? 현실 또한 이런 정도의 잔혹한 이야기들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자주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겪지 못해서 그렇지 내가 아는 누군가는 이렇게 비현실적인 무서운 이야기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히려 내가 그런대로 잘 살고 있음을 확인받는다. 그것이 이야기가 주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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