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PD의 여행수다 - 세계로 가는 여행 뒷담화
탁재형 외 지음 / 김영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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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은 그의 책 <여행의 기술>에서 '가계에 파탄을 일으킬 정도로 돈이 많이 드는 긴 여행이 열대의 바람에 살짝 기울어진 야자나무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될 수 있다'라고 했다. <탁PD의 여행수다>라는 이 책은 잠잠하던 마음에 여행을 떠나고픈 큰 파문을 일으키고도 남을만한 태풍을 간직한 책이다.


여행에 대한 10가지 색깔있는 수다집!
난 탁PD의 여행수다라는 팟캐스트가 있는 줄 몰랐는데 그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요런 대화들이 오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귀에 착착 감기는 말솜씨가 책 속에서도 보일 정도다.

재미있는 표현들, 맛깔나는 표현들은 첫 페이지부터 나를 사로잡는다.
탁PD는 이구아수 폭포를 가기 위해 일본을 거쳐 LA를 거쳐, 상파울루를 거쳐 브라질의 국내선 비행기를 갈아타고 이구아수 국제공항까지 가게 되었는데... 보통 공항에서 2시간 정도씩 기다려야 하지만 이 미국 공항은 여행객들에게 특별한 느낌을 준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말한다. 즉, 범죄인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왜? 미국이니까. 괌에서의 오버 스테이 때문에 쫓겨난 여인의 이야기도 있단다.

여행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던 게스트분이 탁 피디와 전명진 작가의 이야기에 자신의 이야기가 묻힐 가능성이 높아 보이자 문득 꺼낸 분홍 돌고래 못 본 얘기는 푸하하 웃고 말았다. 아니 보지 못한 것도 이야기가 되는 거야? 하긴 우리의 여행은 돌아오면 예정에 없던 느닷없는 돌발사건에서 재미와 추억이 돋아나기도 한다.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는 호주를 2년 동안 워크 홀리데이로 여행하던 부부 이야기에도 있다. 둘이 돈을 벌기 위해 고기 공장에 취직을 하는데 탁 피디의 반응이 고기 공장이라 함은 양으로 들어가서(양이 걸어들어가서)  고기가 되어 나오는 곳을 말함이라고 부연 설명을 한다.

이들의 수다 속 여행, 즉 트래블(travel)은 트러블(trouble)이다. 그들이 관광 즉, siteseeing 눈앞에 보이는 경관(site)을 보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닌 tripalium 트리 팔리움(고문 도구)와 같은 어원을 가진 여행을 함으로써 고생과 위험 속에서 힘들었지만 그래서 여행지에 대한 실망도 짜증도 있지만 다른 어떤 누구와도 다른 그들만의 무한 애정을 갖게 된다.

여행의 최저 레벨을 정의해주는 하나의 척도가 되는 인도 여행은 또 어떤 여행자들에게는 다시 볼 수 없는 풍경을 안겨 주기도 한다고 한다. 아니 처음에는 최저 레벨에서 시작된 여행이 어느 순간 우리가 어떻게도 겪어보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 되어 우리에게 남는 것이다. 전명진 작가에게 인도의 지독했던 첫인상은 다음과 같다.

델리 국제공항에 딱 내려서 "여긴 와......, 다시 돌아가서 비행기 세우려고 했어요. 이건 아닌 것 같다.'며
스모그와 매연과 경적 소리와 호객꾼과 산더미 같은 쓰레기 섬. 개와 소와 사람이 마구 뒹구는 그런 곳.

인도는 특히 여자들은 이틀에 한 번씩 청혼을 받는, 무지 위험하지만 바라나시의 특별한 추억과 느낌은 잊지 못할 여행지로 기억된다. 재미있는 것은 인도와 영국의 철도 시스템과 서비스는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이다. 서로 어느 쪽이 영향을 주었는지 모를 정도로. 상상이 잘 안되는 지경이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한 곳 우리나라를 다루었는데 한국어가 통하는 외국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제주 홀릭인 김작가를 통해 제주를 보여준다. 제주를 김작가는 처음에는 관광을 갔다가 여행을 하게 되고, 결국은 살게 만드는 힘이 있는 섬이라고 한다. 새롭게 형성된 여행문화가 제주를 더욱 색다르게 만들고 있어 보인다. 이런 방식으로 가보고 싶게.

여행에 대한 무한 애정이 느껴지는 재미있는 수다집은 우리의 여행도 이들 같을 것이라는 환상까지도 심어준다. 물론 막상 떠나보면 이렇지는 않겠지만..... 왜 자신감이 생기는 건지. 올여름 꼼짝없이 집을 지키는 신세이지만 이렇게 책을 통한 여행을 하다 보니 마음은 힐링이 된다.


내가 밑줄 그은 한 문장
여행의 깨달음은,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더라도 정말 한밤의 도둑처럼 찾아오고, 그리고 그 깨달음들이 나의 행동을 바꾸게 만드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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