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닥터 슬립 - 전2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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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선택하는 데 자신만의 독특한 버릇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경우 '너무 유명한 책, 베스트셀러는 피한다'였다. 굳이 이유를 따지면 재미는 있지만 작품성, 혹은 문학성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거나 그저 시간 때우기 정도의 작품이었다는 평을 남기기에 딱이었던 기억만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의 레이더에서 벗어난 작가가 바로 '스티븐 킹'이었다.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이기에 나와 거리가 멀게 된 안타까운 인연을 가진 작가의 작품을 드디어 만났다.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정유정 작가가 당신의 신이라고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참 스티븐 킹의 작품은 이전에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은 적은 있지만 소설은 아니기에 제쳐두었다.


원작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스티븐 킹의 작품을 읽으면서 문학성과 대중성 사이의 그 무엇을 발견하고자 했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해? 일단 엄청 재미있고만. 그다음엔 어떻게 될까?'만 남았다. 스티븐 킹의 세 번째 장편소설 <샤이닝>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에 의해서 영화로 만들어졌다. 거기에 대한 스티븐 킹은 '자신의 작품 속 따뜻함이 사라져' 만족하지 못했다고 한다. 저자 후기에 보면 어느 사인회에서 독자가 던진 말 '저기, <샤이닝>의 그 아이는 어떻게 됐나요?'처럼 작가 자신도 그 작품을 두고 똑같이 자문하곤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에 한 가지 더 '문제가 많았던 대니의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자 협회의 도움을 받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샤이닝>을 쓴 후에도 대디 토런스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천성은 선한데 잭 토런스의 자기 파괴적인 전철을 밟게 된 웬디의 안부도 궁금했다고 한다. 사랑과 책임감에 가족에게 묶여 버린 이들의 이야기가 <닥터 슬립>으로 나온 것이다.


보일러가 터지는 과정에서 아버지를 희생하는(혹은 희생시키는) 것으로 모든 악몽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한 아들 대니는 그렇지만 그 뒤에도 계속되는 유령의 출현으로 괴롭다. 딕의 도움으로 악몽을 물리치지만 아버지처럼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술에 취해 어린아이와 둘이 사는 미혼모의 집에서 70달러를 훔친 죄의식에 시달린다. 대니는 그렇게 미국 전역을 떠돌며 과거와 자신의 능력으로부터 도망을 치고자 한다. 그러다 정착하게 된 곳에서 병원의 호스피스로 죽어가는 이를 돌본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샤이닝의 능력으로 죽음을 앞둔 이들의 편안한 임종을 유도하는 일을 하는 '닥터 슬립'으로 살아가며 알코올 중독자 협회에서 치료를 한다. 그러던 그에게 더 거대한 샤이닝의 능력을 지닌 아브라가 나타나고 이들 샤이닝 능력이 있는 아이들의 스팀을 먹고 생을 연장해서 살고 있는 괴집단 트루낫이 아브라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샤이닝이라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작품은 눈에 보이는 듯한 인물과 배경 그리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손에서 책을 놓기 힘든 서사로 인해 읽을거리뿐만 아니라 읽는 내내 독자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으로 인해 볼거리까지 제공하는 작품이었다. 가족으로부터 받은 유전, 영향으로 괴로워하기도 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개인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는 트루낫이라는 괴집단에 쫓기는 공포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올가미라는 공포를 같이 느낀다. 그 공포를 극복하는 것은 매일매일의 꾸준한 실천뿐이었다. 작가의 알코올 중독의 극복 과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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