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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철학 - 모든 위대한 가르침의 핵심
올더스 헉슬리 지음, 조옥경 옮김, 오강남 / 김영사 / 2014년 7월
평점 :
나는 신을 믿지도 않고, 특정한 종교만 옳다고 생각하고 있지도 않다. 그러다 보니 모든 종교에 대해서 긍정적이다가 또 어떤 때는 모든 종교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종교와 철학에 대해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아마도 삶이 생각만큼 만만하지도 않고, 언제나 내 뜻대로, 계획대로 흘러가주지 않는 의외성으로 가득해서일 것이다. 과연 이런 혼란함 속에서 올바른 사고를 할 수 있는 통찰력은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그것은 많이 보고 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하나의 답으로 나는 책을 읽는다.
올더스 헉슬리의 <영원의 철학>은 이런 나의 생각과 많은 부분 닿아있었다. 특정 종교에 매여있지 않다는 것, 모든 종교를 아우르는 어떤 근원적인 것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을 영원의 철학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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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철학이란?
라이프니츠가 최초로 사용한 용어. 사물, 생명, 마음의 세계에 본질적인 '신성한 실재'가 있음을 인정하는 형이상학이자, 인간의 영혼에서 '신성한 실재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무언가'를 발견하는 심리학이며, '모든 존재의 내재적이면서 초월적인 바탕에 대한 앎'을 인간의 최종 목표로 두는 윤리학으로 아득한 옛날부터 전해져온 보편적인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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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철학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영원의 철학은 세 가지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실천과 도덕성이라는 밑바닥에서 시작하거나, 형이상학적 진리를 고려하며 꼭대기에서 시작하거나, 마음과 물질, 행동과 생각이 인간의 심리학에서 만나는 장소에 초점을 두는 중간에서 연구를 시작하는 것이다. 낮은 문은 고타마 붓다처럼 철저하게 현실적인 스승들이 선호하는 방법으로, 이들은 사변을 이용하지 않고 인간의 가슴에서 탐욕, 분노, 미혹과 같은 끔찍한 불을 끄는 데 주로 관심이 있다. 높은 문을 통과하는 사람들은 생각하고 분석하는 것이 천직인 타고난 철학자와 신학자들이다. 중간 문은 이른바 '영적 종교'의 옹호자들에게 입구를 제공한다. 인도의 헌신적인 명상가들, 이슬람의 수피들, 중세 후기의 가톨릭 신비주의자들, 그리고 덩크, 프랑크, 카스텔 루오, 에버라드, 손 스미스 및 초기 퀘이커 교도들과 윌리엄 로 같은 이들이다. 헉슬리의 영원의 철학은 바로 이 중간 문을 보여주고 있다.
헉슬리가 강조하는 영원의 철학으로 가는 길은 바로 자신의 의지와 노력을 통해서 도달하는 것이다.
'달의 형상은 자신의 눈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다른 이의 눈을 통해서 어떻게 달을 알 수 있단 말인가?
- 상카라
특히 영원의 철학을 얻는 데 방해되는 가장 큰 요소는 에고라는 것을 강조한다.
근본 바탕에 대한 직접적인 앎은 합일을 통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으며, 합일은 오직 '그것'으로부터 '그대'를 분리하고 있는 장벽인 이기적인 에고를 소멸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
헉슬리는 그리스드교가 영원의 철학으로의 성격이 희미해진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수가 인간의 형상으로 구현된 신성의 화신이라는 교리는 신의 화신이 오직 한 분뿐이라고 단정 짓는 점에 있다. 그렇게 믿기 때문에 힌두교나 불교의 역사에 비해 더 많고 더 피비린내 나는 성전, 종파를 초월한 전재. 박해 및 개종을 강요하는 침략주의로 더럽혀졌다. 그리스드교는 영원의 철학이 아닌 하나의 종교로 남아 시간 속에 존재하는 사건과 사물들에 어떤 때는 더 많이 어떤 때는 더 적게 맹목적으로 몰두함으로써 순수한 영원의 철학에서 멀어졌다.
문학가로만 알고 있던 헉슬리의 이 놀라운(사실은 내게는 너무 어려운) 책은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가 종교를 걱정해야 하는 이때에 통합, 융합 혹은 통섭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보아야 할 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이의 답을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그 답을 구하는 일, 내면의 빛을 찾는 일은 종교를 떠나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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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밑줄 긋기
최고의 사랑은 사심이 없고, 보상을 바라지 않으며 그 선함에 대해 어떤 악을 되돌려 받아도 줄어들지 않는다. 신이 주신 선물 때문이 아니라 신 자신을 위해 신을 사랑해야 한다. 또한 최고의 사랑은 의지의 행위로 시작해서 순수하게 영적인 자각, 그 대상의 본질과 결합하는 사랑- 앎으로 완성된다. 최고의 사랑의 필요조건은 겸손이다. 전적인 자기부정에서 겸손이 완성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