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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성당 이야기
밀로시 우르반 지음, 정보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6월
평점 :
왠지 드라마틱한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국민들이 특색이 있고 그들이 일군 문화는 다채롭고 이색적일 것 같은 나라로 나는 체코를 생각해본다. 내가 알고 있었던 체코는 1910년부터 1990년 체코로 분리독립하기까지 역사의 주요한 시기마다 함께 동요하고 변화를 몸소 겪어야만 했다. 그런 혼란기를 살았던 체코의 문화는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특히 문학이.
<일곱 성당 이야기>는 체코의 작가인 밀로시 우르반의 작품으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비교되면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욱 관심을 갖고 읽어볼 수밖에 없는 이 소설은 에코의 작품이 중세 시대의 이야기인 반면, 현대 체코의 프라하가 배경이 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체코의 프라하에 살고 있는 'K'라는 인물-그는 그의 본명을 밝히기를 부끄러워한다-은 프라하에 남아있는 중세의 건축을 사랑하고 관찰하는 것을 즐겨 하는 다소 독특한 인물이다. 그가 옛 건물에 손을 대면 과거의 사건을 볼 수 있는 기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 그는 중세의 건축양식은 완벽하며 그 건축양식이 파괴된 것에서 재앙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런 악하고 뒤틀리고 살인적이 되어버린 질서에 대항하기 위해 경찰이 되었지만 보호해야 할 여인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경찰의 직위를 해제당한다.
그런 그에게 나타난 그뮌드라는 귀족 출신의 한 인물은 종교적으로 타락한 현대의 프라하 건축물을 중세의 고딕 양식으로 완벽하게 복원하겠다는 망상 같은 일을 꿈꾸는 사람이다. 그들은 프라하의 6개의 성당과 있는지 없는지 모를 일곱 번째 성당을 찾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은 잔인하다.
발목에 구멍을 뚫어 밧줄로 꿰어 종루에 매단다거나, 살해한 사람의 다리가 깃대 위에 꽂힌 장면은 엽기적이면서 잔혹하다. 하지만 그것을 그려내는 작가의 어조는 냉정하고 건조하다. 심지어 과거에는 이런 사건이 경고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폭력적인 이런 시대에는 그다지 대수가 아닐 것이라고 판단한다. 끔찍하기는 하지만 우스꽝스럽기도 하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인공이 현재를 보는 시각이 드러난다. 현재는 과거 카렐 4세가 통치하던 14세기와는 다르게 혼란스럽고 폭력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14세기의 체코는 어떠했을까? 카렐 4세는 뛰어난 통치력을 가진 군주였다고 한다. 1346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선출된 그는 프라하를 신성로마제국의 수도에 걸맞은 도시로 건설했으며 당시의 체코, 즉 보헤미아는 정치적, 문화적으로 크게 성장했다고 한다.
그런 당시에 비해 1910년부터 계속된 혼란스런 상황의 체코는 주인공이 보기에 더욱 끔찍했을 것이다. 자신의 이름 크베토슬라프 슈바흐(슬라브 민족의 나약한 꽃)처럼 내놓기도 부끄러운 상황인 것이다. 잘못된 시기에 태어나 자신이 살아가는 시기를 점점 더 증오하는 사람은 멋 옛날이나 앞으로 다가올 날을 꿈꾸게 마련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미래의 희망을 꿈꾸지만 주인공과 비밀결사조직은 옛날의 영광을 되살리려는 선택을 한다.
책의 곳곳에 현재의 상황에 대한 불만족으로 도배가 되어있다시피 하다. 조상의 창의력을 파괴하고 콘크리트로 덮어버렸으며 눈먼 지도자들이 이끄는 눈먼 나라임을 강조한다. 그들이 보는 중세의 건축만이 위대하고 고딕건축만이 도덕적이다.
그런 그들에게 남은 선택은 그런 면에서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딱 그 안에서이다. 그래서 결론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상당한 당혹감을 안고 읽었던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