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라뇨 전염병 감염자들의 기록
에두아르도 라고 외 지음, 신미경 외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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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위대한 고전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예언된 볼라뇨의 작품 <2,666>을 우리의 머릿속에 콕 박히게 할 놀라운 가격 2,666원의 <볼라뇨 전염볌 감염자들의 기록>은 볼라뇨의 작품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리석은 한 독자에게 여러 길들을 보여주었다.

평론가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지만, 그리고 소수의 독자들을 행복하게 하고 있지만, 판매 부수는 적다고 하는 그의 작품은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읽은 독자가 적음에도 상당히 놀라운 이미지를 획득하고 있다. 그 이미지는 아마도 평론가들의 영향이겠지만, 혹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접한 사람들은 기꺼이 볼라뇨가 최고라는 말을 감추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를 좋아하는 소수를 The happy few (행복한 소수)라고 한다. 이 말속에는 고도의 미적 감식안이 있는 소수의 교양인들이라는 뜻이 담겨 있어 보인다.

'볼라뇨는 입증하지 않는다, 분해하고 보여줄 뿐'이기에 우리는 아직 성장하지 못한 두뇌로 스스로 해석하고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은 아이처럼 당황스러워한다. 그가 던지는 웃음, 익살, 해학, 농담, 희롱, 냉소를 때로는 재미있게 읽기도 하지만 그 뒤를 캐느라 머리가 아프기도 하다. 그래서 볼라뇨를 읽은 다른 독자들은 어떤 것을 발굴해내었는지가 너무 궁금하게 마련이다. 그렇게 우리들은 볼라뇨라는 인물을 통해 연결된다.

<2666>에 대해 정혜윤은 (개인적으로 이분의 서평을 좋아하고, 믿을만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를 위협하고 두려움으로 사로잡는 것과 맞서 싸우는 압도적인 책'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정혜윤의 글은 없다. 이 책을 통해 다른 분들의 다양한 평들을 접한 후 따로 더 찾아보았다.) <칠레의 밤>에 대해서는 그날 밤의 변명, 혹은 죽기 전 날 밤의 변명이라는 별칭을 붙여놓았다. 적어도 죽기 전 날 밤에 변명하지 않으려면 사는 동안 결코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나는 몰랐지!', '신이 감춘 일을 뭐 하러 뒤늦게 파헤친담!', '여기선 다들 그렇게 해요.'하며 자기합리화는 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 약간은 비슷하지만 다른 해석을 하는 평론가도 있다. '책임을 회피하는 것, 문제의 장소에 함께 했음에도 그 죄의식의 무게를 짊어지지 않았다는 것, 그것은 한마디로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유죄다.'

볼라뇨가 그의 작품을 통해서 말한 '악'은 이 세상의 현실이다.  이야기는 하지만 완전히 해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의 일은 논리적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없기에 함부로 단언해서는 안된다. 볼라뇨의 단언하지 않음으로 인해 독자는 문학이라는 미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다. 문학이라는 미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 본 사람은 인생을 보다 너그럽게 볼 줄 안다고 하지만 길을 잃고 헤매는 체험은 골치 아프기 마련이다. 하지만 또다시 문학 속에서 길 잃는 체험이 그립다. 

평론가들의 글에서 '길을 잃게 한다'라는 문장을 만나고서 안도감이 든다. '그들도 나처럼 헤매는군.' 그리고' 볼라뇨 전염병에 걸린 이들이 있어서 우리는 그나마 볼라뇨를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되었군.'

위대한 고전문학을 남긴 작가들이 그러했듯이 독자들은 어쩌면 볼라뇨를 늦게 알아채고 뒤늦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따라가기 바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따라가고픈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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