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적 메메드 - 상
야샤르 케말 지음, 오은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쿠르드족이 먼저 떠오르는 터키의 토로스산맥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불합리한 사회구조와 그 속에서 희생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그냥 희생만을 다루었다면 영웅소설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영웅은 그런 희생과 부조리와 불합리 속에서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다.
엉겅퀴가 자라서 땅을 경작하기 힘들지만, 지주 압디의 강압에 억지로 일을 해야 하는 열세 살의 메메드가 탈출하는 장면에서 이 서사는 시작한다. 메메드는 탈출하면서 끝없이 이제 메메드로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것은 지주에게 착취당하고 매 맞고 사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하면서 존중을 받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이다.
두르순 아저씨가 말한 마을, 아이들을 때리지 않고, 농사일도 안 시키고, 엉겅퀴도 자라지 않는, 바다, 소나무가 있는, 바다 건너갈 수 있는, 지주가 없는 마을을 찾아 엄마의 곁을 떠난다. 그가 당도한 곳은 (사실 두르순 아저씨는 그 마을의 이름을 말하지도 않았다. 아마 그것은 두르순 아저씨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을은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민중이 꿈꾸는 유토피아일지도 모른다.) 도망친 곳에서 멀지 않은 쉴레이만 아저씨가 사는 마을이다. 엉겅퀴가 자라지 않는, 소나무가 있는, 바다 건너갈 수 있는 이런 마을은 있다. 하지만 아이들을 때리지 않고, 농사일을 안 시키고, 지주가 없는 마을은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도망친 메메드는 쉴레이만 아저씨네 집에서 지내게 되는데 아저씨는 일도 시키지 않고 그저 마을을 한번 둘러보는 건 어떠냐 하며 메메드가 놀아도,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뭐라 말하지 않는다. 그런 일을 겪어보지 못한 메메드는 이렇게 묻는다.
"쉴레이만 아저씨, 늘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되나요?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밥만 축내잖아요."
쉽레이만이 대답했다. "괜찮다. 뭐가 그리 급하냐? 너한테 적당한 일을 찾아 주마, 메메드"
아이들이 노동력을 착취당하지 않는 사회, 아이들은 그저 즐겁게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 정말 평범한, 그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는 그런 소박한 사회 정도만 꿈꾸는데 이들의 현실은 그렇지 못 했던 것이다.
이렇게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어린 나이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 메메드는 점차 의적으로 그리고 억압받고 있는 민중들의 영웅으로 커간다. 지주가 모든 것을 다 차지하며 소작인들에게는 굶어죽지 않을 만큼만 주는 현실에 모두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어쩌지 못하고 사는 민중들은 영웅을 기다린다. 그런 염원은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하게 변질되기도 한다. 하지만 도도하게 저 밑바닥에 흐르기 마련이다.
메메드가 특히 다른 사람과 다른 부분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었다.
조금 더 큰 메메드는 친구와 함께 시내를 구경한다. 그곳에서 만난 온바시 아저씨는 지주가 없는 마을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그는 또한 넓은 세계에 대해 말해준다. 메메드는 충격에 휩싸인다. 그는 이 넓은 세상을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지주 압디도 개미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자신이 인간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한다. "지주 압디도 사람이고, 우리도 사람이야......"
문학은 인생의 진실을 말한다. 그 진실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시대마다 다를 수 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또 다를 수 있다. 그 진실은 가슴속에 묻어 둔 한마디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민중의 삶 속에서 민중이 꿈꾼 염원과 한이 터져 나온 것이 영웅소설로 변한다. 우리나라의 홍길동과 임꺽정이 그러했고, 터키의 <의적 메메드>가 그렇다.
이 소설이 고발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주가 억압하는 사회, 정부 관료가 힘 있는 자들과 한편이 되어 민중을 착취하는 사회, 그리고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고도 행동하지 않는 우리를 보여준다. 그래서 어떤 것을 제거하고자 할까? 불평등과 불합리와 침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