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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는 영혼의 동반자인 아내 팻 캐바나를 2008년 잃고 2013년 5년 만에 그녀를 위해 지은 종이로 된 타지마할을 세상에 내놓았다. 무굴제국의 황제 샤 자한이 항상 옆에 두고자 했던, 너무 사랑했던 왕비 뭄타즈 마할을 추모하여 만든 타지마할이 돌로 만들어진 사랑이라면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종이로 지은, 사랑의 부재가 만들어 낸 아름다움의 결정체라고 하겠다.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
이렇게 똑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이 책에 있다. 하나는 비상의 죄로 하늘의 이야기, 또 하나는 평지에서로 땅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깊이의 상실로 지하의 이야기다. 기구와 사진을 사랑한 나다르는 아내의 죽음 이후 더 이상 땅 위에서의 삶을 견디지 못한다. 하늘에서 방향타를 잃은 것처럼 그는 아내를 잃고 난 후 아내가 없는 세상을 오래 견디지 못했다. 기구를 이용해서 최초로 영국해협을 건넌 프레드 버나비, 그는 19세기 말의 전설적인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녀의 사랑은 타임스위치가 내장되어 있었고, 그렇게 사랑을 잃은 그는 병사가 던진 창에 목이 찔려 전사했다. 그리고 줄리언 반스, 작가 자신의 이야기. 30년의 행복한 결혼생활 중 갑자기 닥친 아내의 뇌종양으로 인한 죽음. 그는 죽은 아내를 찾아 헤매는 지하의 오르페우스가 된다.
세 가지의 이야기는 각기 서로 다른 사랑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만남, 그리고 사랑. 그렇게 둘이 만나서 변화된 세상은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세계이다. 그렇게 달라진 세상에서 살던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대상을 잃고 나서는 방황한다. 줄리언 반스가 되풀이해서 말하듯이 모든 사랑의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사랑하는 대상을 어느 순간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비탄의 이야기가 된다. 언제나 느닷없이 목을 찔러오는 창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머지않아 이런저런 이유로 그들 중 하나가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총합보다 크다. 이는 수학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가능하다.
이렇게 커다랗게 비어버린 자리를 작가는 힘들어한다. 하지만 이렇게 위로하기도 한다. "이건 그냥 우주가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야."
작가에서 세상의 사람들은 세 부류로 나뉜다.
세상은 노골적으로 섹스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 나중에는 사랑을 아는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그 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로 세상은 슬픔을 견뎌낸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으로 나뉜다. 이런 분류는 절대적인 것이다. 이는 우리가 가로지르는 회귀선이다.
작가는 사랑을 아는 사람을 넘어 슬픔을 견뎌낸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행복했던 사랑의 기억과 그런 사랑을 잃은 슬픔을 안고 버티어 견디는 사람. 그럼에도 그가 노래하는 사랑의 비가는 우리에게 모든 사랑의 이야기가 비탄의 이야기일지라도 사랑하라고 말하고 있다. 사랑은 진실과 마법의 세계가 만나는 것이기에. 사진에서의 진실, 기구 비행에서의 마법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