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 - 조심하라, 마음을 놓친 허깨비 인생!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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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나서면 손님같이
일할 때는 제사 지내듯
전전긍긍 조심하여
감히 쉽게 하지 말라.
입 지킴은 물병 막듯
뜻 막음은 성채인 양.
조심조심 살피어서
감히 가벼이 하지 말라.
   - <경재잠> 주희-

얼마 전까지도 우리는 속도와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얼마나 바쁜지, 그리고 얼마나 많이 돈을 많이 버는지에 인품마저 결정되는 사회였다. 하지만 4월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가 진정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래서 정민 선생님의 <조심>은 더욱 묵직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정민 선생님은 주희의 '경재잠'을 들려주며 이렇게 조심조심 힘을 빼고 되풀이해서 마음 밭을 갈면 잃었던 빛이 다시 환하게 돌아온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짐승처럼 제 마음을 돌보는 일 없이 세상을 구하겠다고 설치기만 하는데 조심조심 가벼이 하지 말라고 꾸짖는다. 우선 자신의 마음부터 닦을 일이다.

성호 이익은 자신만 아는 사람, 그래서 자신의 이익에 따라 역사 또한 꾸며보태는 이들에게 날카로운 한마디를 던진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은 듯하다. 며칠 전에도 여전히 역사를 들먹이며 자신에게 유리한 발언을 한 고위 관직에 오를 예정인 인물이 있었다.  

역사는 성패가 이미 정해진 뒤에 쓴다. 성공과 실패에 따라 꾸미게 마련이니 이를 보면 마치 맞는 얘기 같다. 착한 사람의 허물은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고, 악한 사람은 반드시 그 장점을 지워버린다. 그런 까닭에 어리석고 지혜로움에 대한 판단과 착하고 악함에 대한 보답을 징험해볼 수 있을 것 같아도 전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隨定粧點(수정장점), 즉 정해진 바에 따라 꾸며 보탠다는 말이 나온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하지만 우리는 성호의 이 말을 새겨야 한다. "천하의 일은 놓인 형세가 가장 중요하고, 운의 좋고 나쁨은 그다음이며, 옳고 그름은 가장 아래가 된다." 우리는 너무 쉽게 말하고, 이익을 좇아 판단한다. 자기만 아는 사람이 되지는 말자.

우리에게는 낯선 인물인 유만주는 그의 일기에 다음과 같이 썼다고 한다.

일이 없으면 하루가 마치 일 년 같다. 이로써 일이 있게 되면 백 년이 일 년 같을 줄을 알겠다. 마음이 고요하면 티끌세상(홍진 紅塵)이 바로 푸른 산속(벽산 碧山)이다. 이로써 마음이 고요하지 않으면 푸른 산속에 살아도 티끌세상과 한 가지일 줄을 알겠다. 하루를 일 년처럼 살고 티끌세상에 살면서 푸른 산속처럼 지낸다면, 이것이야말로 장생불사의 신선일 것이다.

미래의 경쟁력은 속도에 있지 않다고 한다. 문제는 속도를 제어하는 능력에 달렸다. 느림의 여유는 내 마음에 있다. 깊은 산속에 있지 않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우리는 올바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 듯하다. 관가 돼지 배 앓는 격, 즉 관저복통(官猪腹痛)이란 말이 있다. 관가에서 기르는 돼지 배곯을 일 없건만 정작 배를 앓아도 아무도 보살피는 사람이 없게 된다. 어떻게 되겠지, 누군가 하겠지 하는 사이에 아픈 돼지만 죽어난다. 정작 돌보아야 할 것은 내버려 둔 채 문제만 생기면 멀쩡한 갑옷에 기름칠할 생각은 않고 다 갈아엎고 새로 만들자고 한다. 문제가 생기니 수학여행을 없애고, 해경을 해체하고. 내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인가? 그 와중에 들리는 것은 백성들의 배 앓은 소리뿐이다.

작게는 내 마음부터 크게는 나랏일까지 <조심>의 내용에서 비켜갈 수 있는 게 보이지 않는다. 옆에 두고 마음이 흐트러질 때 나부터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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