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카페의 노래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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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은 사랑을 "타자의 정신적인 것이 자기의 충심의 내면성과 밀접히 결합하여, 바로 이 타자에서만 주체의 마음이 자기 자신과 친밀히 융합하여 살고 있는 관계. 이러한 타자 안에서의 자기 내 삶(Dies Leben in sich in einem Anderen)"이라는 감정이 사랑이라고 했다.  사랑의 합일에는 '부정의 계기'가 수반된다.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주체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자기를 포기하고 각자의 고유성의 완고한 면을 희생하며" 서로 '헌신'해야만 한다. 이와 같이 "인격성을 포기하면서도 자립적이라는 변증법적 모순의 감정"이 사랑이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은 그래서 모순적이고 제멋대로인 감성이다.

 

그런 모순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엇갈린 사랑의 이야기가 바로 <슬픈 카페의 노래>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큰 사료가게를 물려받은 미스 어밀리어는 돈을 많지만 외모와 성격은 참 별로인 여성이다. 180센티미터가 넘는 큰 키에 사팔뜨기에다 남자 이상으로 힘이 세고, 건장하며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색함과 야비함마저 느껴지는 여성이다. 그렇지만 이 여성에게 반한 인물도 있다. 이 마을에 살던 마빈 메이시는 성격이 포악했지만 미스 어밀리어를 사랑하며서 순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미스 어밀리어에게 버림받은 후 포악해졌고 그래서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이런 상태의 이 마을에 들어 온 낯선 이는 어디서 왔는지도 의문스러운 곱추 라이먼이다. 그는 단번에 미스 어밀리어의 마음을 사로잡고 만다. 왜?라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멀쩡하게 생긴 메이시는 거부하면서 곱추 라이먼을 사랑하다니. 그렇지만 이렇게 알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곱추 라이먼이 등장한 이후 미스 어밀리어의 가게는 마을 사람들이 찾는 카페가 된다.

 

그러나 이 카페가 마을의 중심이 된 것은 이런 따뜻함이나 실내장식들, 그리고 밝은 불빛 때문만은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이 이 카페를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데는 더 깊은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직까지 언급하지 않았던 모종의 자부심과 관계가 있다. 이 새로운 자부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삶이란 결국 값어치가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공장 주위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그들이 자기 가족에게 필요한 음식이나 옷, 그리고 어는 정도의 고깃기름을 넉넉히 갖다 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인생은 단지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한 하나의 길고 어두운 싸움일 뿐이었다. 그런데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점이다. 세상 돌아가는 방식이 그렇듯 모든 유용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으레 값을 치러야 하고, 오직 돈으로만 살 수 있다. 목화 한 포나 당밀 2파운드 값에 대해서는 따져볼 필요도 없이 잘 알고 있다. 삶은 우리에게 공짜로 주어졌고,값을 치르지 않고 얻어진 것이다. 그러면 삶의 가격은 얼마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때때로 삶이란 전혀 가치 없거나 만약 있다고 해도 아주 미미한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도 내가 처한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영혼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 자신이 결국 가치 없는 인간이라는 자괴감이 밀려오지 않는가.

 

이런 상태의 마을 사람들에게 그저 모여서 수다를 떨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주 보며 위안을 얻는 곳이 된 것이다. 미스 어밀리어의 라이먼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한 이 기적같은 일은 곱추 라이먼이 떠날 때까지 계속된다. 서로가 조금은 부족하고 아픈 이들이 모여서 위로를 받았던 곳은 사랑이 사라지면서 다시 폐허가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사랑을 기다리는 미스 어밀리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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