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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마음속 108마리 코끼리 이야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12월
평점 :
세상에서 가장 맵기로 소문난 인도산 고추 칠리를 먹고 있는 남자가 있다. 매워서 울면서도 계속 먹는 그에게 왜 계속 먹느냐고 물었다. 그는 "혹시 단맛이 나는 칠리가 있을지도 모르잖소."라고 답을 했다. 그는 저녁이 되어서도 계속 괴로워하며 칠리를 먹고 있었다. 보다 못한 근처 가게 주인이 물었다."그 많은 칠리를 먹어도 단 맛이 나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왜 계속해서 먹고 있는 거요? 고통스럽지도 않소?" 남자는 이제 고통에 익숙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여태까지 힘들게 참고 먹어 왔는데, 이제 와서 포기할 순 없지 않소? 지금 포기한다면 지금껏 바친 내 시간들이 얼마나 아깝고 무의미하겠소? 이제 이것은 희망의 문제가 아니라 내 존재의 문제가 되었소."
이 책은 내게 매운 칠리를 계속 먹고 있으며 그것으로 내 존재의 의미로 삼고 있는 나에게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한다. "내가 붙들고 살고 있는 그것은 무엇인가?"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인가?" "내려놓을 수는 없는가?" 책을 읽어가는 도중에 내게 묻고 있다.
태국의 유명한 고승인 아잔 차의 수제자인 아잔 브라흐마의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는 우리에게 마음속 코끼리를 따르지 말고 그 코끼리의 주인이 되라고 말한다. 원하는 것은 끝이 없다. 작은 차는 더욱 크고 좋은 비싼 차가 되고 갖고 싶은 집은 점점 커진다. 그렇지만 원하는 것을 내려놓으면 원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를 얻는다. 그 자유는 끝이 없다.
우리에게 주문하지도 않은 소똥이 한 트럭 배달되었다. 그것은 나의 잘못도 아니다. 하지만 누가 자져다 놓았는지 알 수도 없고 누군가에게 치우라고 할 수도 없다. 그 소똥은 냄새가 지독하여 집 전체를 채우고 견딜 수가 없다. 이렇게 소똥처럼 우리는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된다. 왜 하필 나인가? 원망하며 계속 소똥을 집에 두고 가지고 다닐 수도 있다. 그 냄새 때문에 우리는 친구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소똥을 치워 정원에 묻어둘 수도 있다. 지치고 힘든 일이지만 절망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보다는 조금씩 소똥을 퍼나르다 보면 소똥은 줄어든다. 그리고 소똥이 있는 정원 위에 향기로운 꽃이 핀 것을 볼 수 있다. 나만 기쁜 것이 아니라 이웃들도 행복해진다.
우리가 겪는 아픈 일들이 우리가 가진 무한한 욕심이 별것이 아닐 수는 없겠지만 매일매일의 명상으로 점차 작아지고 결국에는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자는 아잔 브라흐마의 이야기는 우화와 같은 쉬운 이야기지만 깊은 깨달음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때로는 웃음이 배시시 나는 유머로 때로는 잔잔한 이야기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깨어 있으라. 무엇에도 얽매이지 말라. 마음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흐르는 대로, 있는 그대로 놓아 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