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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퍼펑크 - 어산지, 감시로부터의 자유를 말하다
줄리언 어산지 외 지음,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라는 책의 서문의 제목은 5월 35일이다.
5월 35일이란 날짜는 없다. 그렇지만 이 날짜는 중국에서는 존재한다.
1989년 6월 4일은 톈안먼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그렇지만 중국의 인터넷에서는 금지된 날짜다. 중국인들은 이날을 기념하면서 교묘히 5월 35일이라는 가상의 날짜를 만들어 정부 당국의 인터넷 검열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책의 리뷰를 인터넷서점에 올린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리뷰가 비공개로 쓸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어떤 단어로 인해서 비공개로 쓸 수밖에 없다고 나오는데 아무리 읽어봐도 문제가 될만한, 예를 들면 마약이라거나 도박이라거나 하는 내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단어들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필터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위키리크스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줄리언 어산지가 다른 3명의 동료 사이퍼 펑크 운동가들과 대담을 나눈 것을 정리한 <사이퍼 펑크>에서 우리는 이러한 통제의 원인과 통제의 심각성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올바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들 사이퍼 펑크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해 보지 않았고 상상하기도 힘든 디스토피아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다.
우리의 적(?)들은 공원을 만들어 놓고, 사람들더러 거기 와서 옷을 벗고 놀라고 한다. 그곳은 바로 페이스북과 같은 각종 SNS로 사람들이 기꺼이 자신의 개인 정보를 공개하도록 부추기는 비즈니스 사례다. 이곳은 완벽한 파놉티콘이다. 인류의 발전을 위해 설계되고 만들어진 과학과 기술은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그러했고, 원자폭탄이 그랬다.
미래의 감시 디스토피아에 저항하기 위한 유일한 현실적인 대책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모색하는 것이다. 어떻게?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때조차 자기 검열을 해야 하며, 정치적 행동에 나서는 것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올바른 삶의 방향일까? 여기에 긍정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유토피아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읽을 권리, 그리고 자유롭게 말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것은 단 한 사람의 예외, 그리고 어떠한 형태의 예외도 없는 그러한 권리여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자유롭고 개방적인 보편적 인터넷이야말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세계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며 이를 지키는 노력이 우리 세대의 핵심과제라는 것이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저항 엘리트만이 그러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이들은 말하지만 첨단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부분에 대한 답은 이 책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 그렇지만 투표를 할 때 이런 생각을 가진 정치인에게 투표를 하는 방법부터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리고 항상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만이 일단 우리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