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우르줄라 포츠난스키 지음, 안상임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귀가 잘려버린 한 남자를 노라라는 여인이 총을 겨누고 있다. 뭔가 사연이 많은 듯한 장면이다. 그렇지만 모든 추리소설이 그렇듯이 더 이상 설명은 없이 시체가 발견되는 장면으로 훌쩍 뛰어넘는다.

절벽 밑에서 케이블타이로 양손을 등뒤로 묶인채 죽은 여인이 발견된다. 그녀의 발바닥에는 N47°46.605, E013°21.718 이라는 숫자가 적혀있다. 이 여인의 이름은 첫 장면에 등장한 그녀 노라 파펜베르크다. 작은 홍보회사에서 일하는 카피라이터이며 절대 살해되거나 누군가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여인이다.

이 사건을 쫓는 여형사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베아트리체. 시작부터 그녀는 지각을 하고 국장님의 눈밖에 난 형사다. 게다가 뭔가 사연이 복잡해 보인다. 이렇게 이 소설은 두 개의 수수께끼를 서로 엮으면서 진행된다. 독자는 이 살인사건의 용의자도 찾아야 하고 이 형사의 과거도 함께 추리해야 한다.

베아트리체와 그녀의 동료 플로린은 발바닥에 쓰여진 좌표를 찾는다.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캐시(cache), 즉 지오캐싱이라는 게임에서 누군가가 뭔가를 숨기면 다른 사람이 물건을 찾는 데 숨긴 물건인 것이다. 이렇게 하나씩 던져주는 힌트(아니 어쩌면 여기에 속아 베아트리체와 그녀의 동료 플로린은 범죄를 도와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에 따라 시체를 찾는 일이 벌어지고 그들이 만난 인물이 또 시체로 발견된다. 과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작가는 이 연쇄살인을 지오캐싱게임처럼 곳곳에 힌트를 숨겨두고 캐시를 발견하고 다음 캐시를 찾는 과정을 통해서 사건을 배치하며 독자들 또한 이 게임에 참가하게 하고 있다. 범인이 던져 둔 메시지에 따라 숫자를 더하고 빼고 곱하다 보면 다음 행선지가 나오고 또 누군가를 찾고 하는 일련의 과정에 독자도 함께 하는 것이다.

또한 중간 중간 던져놓은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서 베아트리체의 과거는 조금씩 드러나게 되며 연쇄살인사건의 범인과 형사인 베아트리체는 동전의 양면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는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다.

비슷한 경험을 한 두 사람- 범인과 베아트리체-이지만 한 명은 범인이 되었고 또 다른 한 명은 형사가 되었다. 흔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두고 우리는 외상 후 성장을 함으로써 극복해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작품을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결국 그것이지 않았을까? 의도하지 않았지만 벌어진 사고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에 연루된 이들. 진실이 다 밝혀지지 않고 묻혀버렸을 때 그리고 그 죽음에 대한 자신의 죄책감이 만들어 낸 증오와 복수심은 이렇게 서로 다른 결과를 나을 수 있다.

단지 연쇄살인이라는 피가 튀는 장면에 국한된 것이 아닌 인간이 가진 나약함과 분노와 죄책감이 가져올 수 있는 극한의 가능성을 탐구한 점이 이 소설을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려놓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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