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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런어웨이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은 드물다. 요즘처럼 다양성이 존중받는 시대에도 그런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데 하물며 1850년대 노예제도가 뿌리깊이 내면화되어 있는 시대에 낯선 이방인일 수 밖에 없는 영국에서 온 여자는 더욱이 그럴 것이다.
<라스트 런어웨이>는 바로 아너 브라이트라는 조용하지만 강한 여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다. 아너 브라이트의 삶의 기반은 종교다. 영국에서 약혼이 파기된 후 결혼을 하러 미국으로 떠나는 언니를 따라 평소의 자신과는 다른 길을 떠나는 그녀는 약혼자였던 새뮤얼이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견딜 수 있지만 종교를 버렸다는 사실은 도무지 잊을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는 여인다. 아너는 퀘이커교도이고 같은 퀘이커교도인 언니의 약혼자가 사는 미국으로 언니를 따라 오지만 언니는 여행도중에 죽고 혼자서 미국의 오하이오주에 오게 된다.
이 상황에서 아너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이곳에 살고 있던 이들의 반응과 생각은 어떤지를 작가는 아너가 좋아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퀼트와 아플리케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꼼꼼한 바느질 솜씨가 중요한 퀼트보다는 화려하고 바느질이 쉽고 빨리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 아플리케를 주로 만드는 미국의 문화가 서로 대비를 이루면서 새롭게 미국의 사회에 편입된 아너의 이질감과 생각의 차이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퀘이커교도로서의 믿음과 남부의 경제생활 속에서의 노예의 중요성이 서로 대비되면서 노예해방의 의미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아너가 결혼한 헤이메이터집안의 경우 노예를 도망시키는 '지하철도'에 관계되었다가 아버지가 죽고 모든 재산을 몰수당하는 아픔을 간직한 집이었다. 물론 이들은 새로운 곳에서 자리를 잡고 열심히 일을 해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고 노예제도에 대해 반대하고 있지만 '지하철도'를 도와주지는 않는다. 거기에 대한 갈등으로 아너는 집을 나오게 된다.
아너는 북극성과 베들레헴의 별과 같은 이 책에 등장하는 상징들처럼 마음속에 강한 중심을 가지고 있는 여인이다. 그녀는 평생 소리 없이 알고 있었던 분명한 원칙을 갖고 시작했다. 신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그러므로 어느 누구에게 노예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하이오에서는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개인적인 사정으로, 퀘이커 교도들 사이에서도 느껴지는 뿌리 깊은 편견 때문에, 그 원칙이 사라지고 있었다.
추상적인 원칙이 일상에서 충돌할 때, 그 분명함은 사라지고 타협당하고 약해졌다. 헤이메이터 집안은 원칙에서 물러나 방관하기란 얼마나 쉬운지 보여주었다.
방관하지 않는 삶을 사는 한 여인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세상의 진보는 방관하지 않고 소신껏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며 행동으로 옮겼던 용기있는 이들이 만들었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