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양장)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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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말을 하지 그랬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혼자 끙끙 앓지 말고 가까운 사람에게 툭 터놓고 이야기하지 않았냐고 오히려 혼낼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래왔다. 죽지 말고 살라고, 그럴 용기가 있다면 어떡게든 살 수 있다고.

정말 그럴까?

 

이 책을 읽으면서(영화는 보지 못했다.) 천지의 마지막 말은 죽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으로 말할 수 밖에 없었던 천지.


나는 자식을 키우는 엄마다. 사랑으로 키우고 있노라고 자부하며 살았다. 그러나 정말 그랬을까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으례 물어본다. 

"오늘 어땠어? 아들."

"응, 괜찮았어요."

"그래? 피곤하지?"

"네,피곤해요. 쉴께요."

이것이 보통 나와 아들이 하는 대화다. 

아들이 피곤해 하니까, 아들이 간섭을 싫어하니까, 욕심을 버리고 나는 그저 지켜보는 것이 부모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돌아 온 아들의 등을 손으로 쓰윽 쓸어주고 간식을 챙겨주는 것이 사랑이고 관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아들의 변화를 주의깊게 살피지 않고 내버려두는 부모였던 것이다.

"괜찮아""좋아""고마워""사랑해"라는 포장된,영혼이 없는 '우아한 거짓말'로 아들을 위로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얼마전 엄기호의 <단속사회>가 새로 출간되었다. 전에 나왔던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를 유심히 봤던 독자로서 이책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이 책의 서문의 글귀가 <우아한 거짓말>과 함께 내 가슴에 내려 앉았다.


"편을 강요하고 곁을 밀치는 사회"

엄기호는 곁은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한다. 곁은 듣는 자리에 가깝다. 곁에서 듣는 이는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아직 '말이 되지 못한 말'을 듣는 것이다. 말하는 이의 말이 말로 들릴 때까지 반복하여 곱씹고 끊임없이 물으며 들어야 한다. 사람들의 유대와 교류는 같거나 비슷한 취향의 모임들에서만 활발하고 다름과 차이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듯 존중하는 제스터로 해결한다. 


김려령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 엄기호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서로 많이 닮아 있다.

"잘 지내고 있니?" 하고 물어야 하고 말 뿐만 아니라 눈빛, 동작, 돌아선 어깨의 슬픔도 읽어야 한다. 

누군가의 곁이 되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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