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 BOOn 2호 - 2014년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 편집부 엮음 /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월간지)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서울 안 가 본 놈이 이긴다고 일본을 잘 모르면서도 다 아는 것처럼(과연 무얼 알고 있던 걸까? 질문을 해보면 딱 떨어지는 답을 내지 못하면서) 구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에 대한 나의 눈이 편견으로 덮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BOON(유쾌한 이라는 뜻을 가진 말과 문화의 일본어 음독인 분카에서 분이라는 발음난 차용한 데서 나온 말이다. 유쾌한 일본 문화 읽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은 나도 낯설게 느껴졌던 책이다. 일본 문화를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아직은 일본 소설에 꽂혀 있기에 이 책을 읽고 싶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에 대한 특집이 실려있었다. 작가를 읽다 코너에 소개된 오쿠다 히데오는 세명의 필자에 의해서 그의 작품세계가 분석되고 있었다. 그저 재미있고 웃기지만 뭔가 있다는 느낌으로 좋아하던 오쿠다 히데오는 이들의 글에서 깊은 의미를 가진 작가로 다가왔고 나의 작가에 대한 호감에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의 소설이 갖는 유쾌함이 소설을 읽게 만들지만 '깊이'의 문제에 있어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를 들어 오쿠다 히데오를 감싼다. 오쿠다 히데오의 글쓰기는 그의 말대로 '진지하고 심각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가볍고 유쾌하면서도 경박하지 않은' 소설이다.


사실 이 잡지를 읽은 게 오로지 오쿠다 히데오가 이유였고 처음에는 그 부분만 읽고는 덮어놓고 있었다. 

그러다가 책의 맨 뒤 편집후기를 읽고 무언가에 한 방 맞은 듯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잡지의 창간호가 나가고 시국이 이런데 일본문화컨텐츠 잡지를 간행하는 것에 대한 걱정어린 관심을 받았다는 글과 무엇보다 3.11특집을 준비하며 바라보는 일본은 힘듦을 견디고 다시 일상생활을 꾸려나가는 가운데 희망을 찾고자 하는 사람의 모습이었다는 말에 다시 읽어보자로 마음이 돌아섰다.

그래서 돌아와 읽은 흔들리는 대지-3.11 이후의 문화는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 재미도 있지만 내가 지구인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수상한 가정부> 원작인 <가정부 미타>를 통해 3.11이후 일본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분석은 흥미로웠다. 

문제를 회피하고,진실을 은폐하며, 자기연민과 분노에 빠진 자신,가족 또는 국가에 대한 불만을 가정부 미타가 등장에 극단적인 처방과 가차없는 행동력으로 결국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이 드라마에 일본은 환호했고 그 여파가 한국에 까지 왔던 것이다. 그렇지만 점차 우경화되어 가는 모습에 대한 문제도 짚어주고 있다. 무엇보다 국가를 떠나 같은 마음이 될 수 있겠다는 것은 탈원전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음악가들의 이야기였다. 일본의 음악가들이 콘센트 저편을 생각하며 원전에 의해 만들어지는 전기문명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 인류사적 과제 앞에 국가나 민족의 차이는 작아질 수 밖에 없다는 데서 한일의 과거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BOON은 가방 속에 넣어가지고 다니며 짬짬이 읽기에 좋은 사이즈와 무게의 책이다. 시기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어 지금 당장 읽어도 좋지만 시간이 좀 지난 뒤에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아마 이해가 더 잘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다. 그런 의미에서 과월호를 읽는 재미도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두 달에 한 번 발행되고 있으며 1/2월호가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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