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 스크랩 - 1980년대를 추억하며 ㅣ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평점 :
누군가 하루키의 책을 읽다보면 글을 쓰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하루키의 많은 베스트셀러 중에 소설을 두고 하는 말일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하루키의 에세이를 두고 하는 이야기일거라고 짐작한다. 하루키의 작품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이유, 즉 베스트셀러가 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쉽게 읽히는 것 또한 큰 이유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루키의 소설과는 다르게 그의 에세이는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분노, 후회, 관심, 기쁨 등등.
그래서 그의 글을 읽으며 독자는 쉽게 빠져들고 그처럼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솟아난다. 이 정도 글은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하는. 그렇지만 쉽지 않다는 건 도전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아무튼 그의 에세이 중에서 이번에 나온 <더 스크랩>은 아마 이런 도전을 해 볼 많은 도전자를 낳을 것 같다. 우선 오늘 아침 내가 읽은 귀가 솔짓했던 잡지기사, 혹은 신문기사의 한 꼭지를 두고 그 기사의 내용과 나의 생각을 적당히 버무려 솔직하게 글을 쓴다면? 이렇게 나오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만큼 쉽게 편안하게 다가오는 글들이다.
물론 하루키가 스크랩한 기사들은 1980년대의 것들이라 조금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지만 대부분의 기사가 지금도 여전히 재미있을만한 것들이고 보니 낯설다거나 이해하기 힘들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출판 삼십주년을 맞아 한 잡지의 축하를 받는 것을 보고 하루키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루키는 '그런데 가만히 내버려뒤도 한 달에 이삼만 부가 팔리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지금 하루키가 했던 이 질문을 하루키에게 되물어봐도 좋지 않을까? 작가의 입장에서 특히 <노르웨이의 숲>이 일본에서 한국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정도의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면 어떤 기분일지 하루키의 지금 생각이 궁금하다.
하루키의 관심은 음악과 문학에만 있지 않다. 재미있는 생활용품 광고와 게임과 콜라와 음식까지 그야말로 다방면에 관심을 보이고 흥미와 호기심을 느낀다. 더우기 평소 달리기를 꾸준히 하며 맥주를 즐기기로 유명한 이 작가는 여전히 여기에서도 술과 달리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루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하루키의 관심이 어느 곳을 향하고 있었는지 재미있게 읽을만 한 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