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의 맛
김사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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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은 세계의 여러도시에서 한달씩만 살아보는 것이다.

여행이라고 해도 좋고 아니라고 해도 좋을 그런 상태로 낯선 도시에서 방을 한 칸 구하고 그 도시의 시장에서 장을 보고 그 도시의 음식을 만들어 먹고 그 도시의 술을 마시며 그 사람들속에 섞여 살아보는 것. 그것이다. 이유는? 딱히 이유를 생각해 보진 않았다. 그렇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게 여행지에서 나는 지금 여기 내가 있는 곳보다 조금 더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외롭지도 않고. 

 

이곳에서는 누군가에게 기대기도 하고 만남을 가지고 내가 있음을 끝없이 확인해야 하지만 여행지에서 나는 그저 조금 떨어져 있기만 해도 되는 존재였다. 그런 편안함이 여행을 떠나게 되는 이유같다.

그런 이유에서 김사과의 <설탕의 맛>이 좋다. 농담같은 이유로 뉴욕이란 대도시를 선택해서 살고 글을 쓰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쇼핑을 하고 서울과 비슷함을 느끼고...


이 책에서는 해외여행의 유니크한 경험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대도시 서울 혹은 부산, 대한민국 어느 도시와도 비슷한 느낌이 분명히 있는 어떤 나라의 한 도시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들의 삶과 깊이있게 얽혀들지 않고 조금은 겉도는 그런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다. 그리고 김사과의 이야기다.

 

아니 나, 김사과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현실 속의 인물과 사건과 공간이 등장하는 사실적인 소설이다.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딱히 스토리가 있지는 않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이. 흘러가고 머물고 부유한다. 때로는 술에 음악에 영화와 그림에 빠져보기도 하지만 지친 몸뚱이와 그래도 허한 가슴에 뒹굴거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런 삶,생활에 대한 김사과의 이야기다. 

 

그 맛이 설탕의 맛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그것은 김사과만의 독특한 경험에서 오는 것일 것이다. 오히려 나는 그런 맛보다는 여행은 냄새였던 것 같다. 도시마다 나는 그 도시만의 독특한 냄새, 그 냄새가 익숙해질 때 쯤 훌쩍 떠나고 싶은 여행의 마력. 


그렇게 익숙함도 아니고 낯섬도 아닌 그 어디에서 떠도는 우리를 이 책에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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