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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과학사 - 불의 이용부터 나노 테크놀로지까지 인류 과학의 역사를 한눈에!, 개정판 ㅣ 하룻밤 시리즈
하시모토 히로시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대학교2학년때의 일이었다. 전공은 역사였지만 역사에 그다지 재미를 못 느끼고 있었던 시기에 교양과목으로 점수를 잘 준다는 말에 속아 듣게 된 과목이 있었다. <과학사>
그 교수님이 어떤 분이었는지는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문고판의 작은 책과 수업은 너무 재미있어서 그렇게 수업시간에 보기 힘들다는 나를 빠지지 않고 친구들은 볼 수 있었다. 우리과 건물에서도 먼 그 강의실까지 걸어가면서 그리고 수업을 기다리면서 과학사의 그 오묘한 즐거움을 미리 느끼곤 했다.
오랜만에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만한 재미있는 과학사를 만났다.
<하룻밤에 읽는 과학사>
이 책을 받자마자 읽기 시작했지만 하룻밤에는 읽지 못했다. 1박 2일이 걸렸다.
대부분의 역사서는 역사학자가 쓰고 있다. 게다가 과학사는 과학자이거나 역사학자일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의 저자는 의사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드는 여러가지 의문점 중에 과학의 발달이 철학과 종교의 발달을 이끌어 낼까? 아니면 철학과 종교의 발달이 과학의 발전을 견인해내는 것일까? 고민을 해본다. 그 고민의 결말은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을 공부하면서 그 연관을 살펴보는 데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과학과 사상의 관련 뿐만이 아닌 그 이면의 사건까지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과학사를 접근하기에 가장 재미있고 적절한 책이다. 특히 의학부분이 기록되어 있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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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이렇게 작은 표와 그림으로 보기 쉽게 정리를 해두고 있어 텍스트로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과학과 사상의 문제는 국가와 정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아래 표를 보여줌으로써 서로의 연관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역사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은 따로 역사메모라는 박스에 담아 즐거움을 더해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게 서술되어 있어 하룻밤에 (마음만 먹는다면) 읽어낼 수 있겠다.
이제 과학사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알아보자.
# 반지의 전쟁의 배경은?
중세 유럽은 고대로부터 전승된 다양한 종교적 주술과 마술, 미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뿌리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중세 이후 유럽에 전해지는 숲의 요정 엘프나 전사족 드워프,악귀 고블린 등은 로마인 혹은 정통 그리스도교가 탄압하고 배제한 사람들의 흔적으로 전설화된 것이다. 그 전설은 현재 구미 국가에도 면면히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반지 전쟁>도 그중 대표적인 이야기다.
# 스페인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이용하다
"야만인은 남에게 통치될 필요가 있는 노예로 만들어진 존재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주장을 이용하여 스페인은 식민지화를 정당화했다. 이러한 독단과 편견은 그 뒤에도 구미 일반인의 의식을 지배하여 훗날 아시아,아프리카 식민지화에 영향을 미쳤다. 과연 고대의 사상을 핑계로 이런 일을 정당화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 존경하기 힘든 뉴턴
과학혁명을 완성시킨 뉴턴은 천재임과 동시에 엄청난 망나니였다. 응석받이로 자란 뉴턴은 버릇없고 게을렀다. 라이프니츠와 미분적분 발견 원조 쟁탈 다툼을 벌이게 된 이유는 최초의 논문 <빛이 프리즘에 의해 7가지로 나뉘는 성질에 대하여>가 당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자 화가나 15년간 자신의 연구 성과 발표를 중지해버린 데 있었다. 그는 이 논쟁 후 <프린키피아>에서 라이프니츠의 이름을 완전히 삭제하는 등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 온도를 나타내는 섭씨라는 말은?
스웨덴의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셀시우스는 물의 응고점과 끓는점을 0도와 100도로 하는 십진법 온도계를 고안했다. 이 눈금은 곧 유럽 전체에 보급되었고 온도를 나타내는 ℃라는 기호는 셀시우스(Celsius)의 머리글자인데 중국에서 이를 섭유수라고 표기했다. 이를 일본 메이지 정부의 관리가 '섭'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라 이해하고 '섭씨'라고 표기하면서 현대에도 섭씨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표기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 라이트 형제는 단지 날고 싶다는 꿈만으로 비행기를 개발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비행기와 그 기술정보를 미군에 팔아넘기려는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비행기가 완성되어도 미 육군성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라이트형제는 제작 정보는 감춘 채 비행기 제조권만 유럽 각지에 팔았다고 한다. 하지만 곧 비행기의 구조를 간단하게 알라내고 각국은 비행기를 무기로 개조해 세계대전에 쓰이게 된다. 항공역학은 제 1차 세계대전에 의해 현저하게 발전했다.
저자는 과학과 의학의 발달과정에서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과 거짓 윤리를 선동하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로 이 책을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