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괴테를 읽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류시건 옮김 / 오늘의책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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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읽고 이렇게 오랫동안 리뷰를 미뤄두는 일도 별로 없었던 듯 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폰 괴테를 읽다>라는 책은 괴테의 <파우스트>다. 그렇지만 책의 어디에도 <파우스트>란 책을 왜 <폰 괴테를 읽다>라고 제목을 바꿨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해설에 언급한 1773~1775년 최초의 <초고 파우스트>가 완성된 이후로 1832년 괴테가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매달렸던 작품이며 단지 저작상 긴 세월이 걸렸다는 것뿐만 아니라 작품 그것이 시인의 인간적 성장과 걸음을 함께 해왔기 때문이라는 역자의 말처럼 괴테의 생애가 투영된 결정체라는 의미에서 <폰 괴테를 읽다>라는 제목으로 정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역자와 출판사의 의도는 미루어 짐작해 보건대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명작의 제목을 다르게 정했다는 것은 다소 의아한 일이다. 게다가 오타가 많아 그렇지 않아도 잘 읽히지 않는 운문체의 이야기가 중간 중간 몰입이 되지 않아 힘들었다.


<파우스트>는 읽히지 않는 명작으로 유명하다. 너무나도 유명하고 어떤 작품이라는 해설 또한 너무도 많이 알려져 있어 읽지 않고도 익히 내용을 알고 있는 이들이 너무 많아 꼭 읽은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작품이다. 이 책이 왜 이렇게 많이 읽히지 않는 고전일까? 그의 다른 작품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그렇지 않은 반면. 그것은 아마도 너무나 방대한 내용(우리가 접해보지 못했던 고전과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과 운문체의 낯선 서술, 난해한 어휘(주석과 함께 읽다 보면 머리에 쥐가 날 정도다), 비유적 표현이 많아 상징과 은유가 뜻하는 바를 다 이해하고 넘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 이해하려는 욕심을 조금 포기한다면, 그리고 이해되는 것만 읽자고 작정을 하고 읽어낸다면 의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보다 깊은 이해는 이 책을 여러번 읽어야만 할 수 있을 것이다.


괴테와 메피스토펠레스와의 대화, 그레첸과의 사랑,헬레나와의 사랑은 흥미롭다. 

무엇보다 많은 경구가 될 만한 말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어 두고 두고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P.15 

황홀하게 번쩍이는 것은 순간을 위해 태어난 것이고

참된 것은 후세까지 길이 남는 법입니다.


파우스트박사는 멈추어 있기를 거부하는 진리를 찾아 헤매는 자이고 한 군데에 머무른다는 것은 노예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멈추어라,너는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말한다면 망하겠다고 다짐한다.그래서 그는 학문의 최고봉을 위해서 우주의 신비를 위해서 최고의 향락을 위해서 악마에게 몸은 판다. 그렇지만 만족은 얻지 못한다. 


P.583

인간의 예지의 최후의 말은 이렇다-

자유와 생명은 날마다 싸워서 쟁취하는 자만이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파우스트의 이 말에 메피스토펠레스는 


이 친구는 어떤 향락과 행운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변화하는 갖가지 모습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최후의 하찮은 허망한 순간을,

가엾게도 단단히 붙잡아 두려고 원했다.

내게는 무척 억세게 항거한 놈이지만

시간을 이기지 못해 늙은 것이 여기 누웠구나.

시계는 멎었다-


책을 읽는 내내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의 관계에 몰입을 했고 천사들의 합창이나 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내가 진정 고민하는 문제가 다른 곳에 있어서인지 나는 사실 여기 이말을 마지막으로 나의 파우스트는 끝이 나 버린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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