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4
조라 닐 허스턴 지음, 이미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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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책의 앞으로 돌아와 첫 문장부터 다시 읽었다. 그제서야 첫 문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의미가 깊은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제목의 아름다움까지.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우선 이 책을 쓴 작가의 이력을 보면 참 특이하다. 1891년에 태어난 조라 닐 허스턴은 1918년 하워디대학에서 공부하고 1925년 콜럼비아대학에서 인류학을 공부한 유일한 흑인여성이었다. 그녀의 작품은 당시에는 흑인을 위한 정치적인 글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고 지금은 민속학 자료로까지 작품이 거론되지만 당시에는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오프라 윈프리로 하여금 영화제작에 뛰어들게 했으며 오로지 작품만으로 죽은 후 세상의 인정을 받은 흑인여성작가다. 그렇지만 아마 조라 닐 허스턴이 살아있다면 이 흑인여성이라는 말을 거부했을 것처럼 보인다. 그녀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픈, 피부색과 성별과 나이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그저 작가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어울리는 사람이다.

 

1920년대 남북전쟁 후 자유를 얻은 흑인들의 삶을 그려낸 이 작품을 읽는 일은 주인공 재니의 생각과 삶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재니는 할머니의 손에 키워지고 부유한 흑인의 아내가 되어야 한다는 할머니의 뜻에 따라 감정적으로 목석같은 남성과 결혼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재니가 원하는 삶도 결혼도 아니다. 그러던 중 만난 다소 허황된 꿈을 꾸는 몽상가인 조를 따라 가게 된다. 조와의 삶은 사회 경제적으로는 성공적인 삶이었다. 하지만 조는 재니를 그저 성공의 장식품 정도로 취급하게 된다. 재니의 삶은 그렇게 인형같이 박제되어 있었고, 조의 죽음 뒤에 나타난 나이어린 청년 티 케이크를 만나면서 달라진다. 재니는 티 케이크를 따라 부유하는 삶을 살지만 진정한 삶의 환의와 사랑을 느낀다. 

 

"우리 대부분은 잘못된 사랑을 극복하지 못하고 타인이 바라는 삶에 자신을 맞춘다"

 

사실 그렇게 사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한 일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재니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녀는 사람들의 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신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책을 읽고 나서 첫 문장으로 돌아오면 

 

"멀리 보이는 배들에는 모든 사람의 소원이 실려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배들이 조수에 맞춰 들어온다. 어떤 사람에게 배들은 시야에서 결코 사라지는 법은 없지만 바라보는 사람이 포기하고 시선을 돌릴 때까지 절대 육지에 닿지 않은 채 수평선 위에서 영원히 항해함으로써 그의 꿈은 죽을 때까지 시간에 조롱당한다. 이것이 남자들의 삶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전부 잊어버리고 잊고 싶지 않은 것은 모두 기억한다. 꿈이 진리다. 그런 다음 그들은 그에 따라 행동하고 일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시작은 여자였고, 그녀는 죽은 사람들을 매장하고 돌아왔다. 그들은 병이 나서 아프다가 머리맡과 발치를 차지한 친구들에 둘러싸여 죽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녀는 물에 젖어 불어 터진 사람들에게서 돌아왔다. 그들은 갑작스럽게 죽은 사람들로 무슨 일인지 따져보느라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단지 한 시대를 살아 간 흑인여성의 자아찾기가 아니라 우리자신의 자아찾기의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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