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시절
안드레아스 알트만 지음, 박여명 옮김 / 박하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그런 시절이 있었나보다'라고 넘어가면 안되는 일이 있다. 그 시절에는 다들 그렇게들 살았어, 어쩔 수 없지하고 묻어버려서도 안된다.

엄했던 군부독재시절에 인권을 유린당하고, 감옥에 갇히고, 인간의 당연한 권리마저 행사할 수 없었던 시절을 경제발전을 하려다보니 분단국가이다보니 하면서 덮고 무마시키려해서도 안되는 거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행사되던 폭력에 우리는 굴욕을 강요당하고 우리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행복을 누리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사회의 부조리를 보고도 그러려니 눈감고 느끼지도 못하는 불감증의 시대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사고만이 만연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번에 만난 책 <개 같은 시절>의 작가 안드레아스 알트만의 이야기는 그래서 눈여겨 봐야 한다.

전쟁터에서 나찌의 부역자로 일한 아버지가 살아돌아와 가족에게 행한 악한 행동은 아무리 아버지지만 '개자식'이라고 불릴만한 행동이었다. 폭력과 인간이하의 대우, 노동착취로 이어지는 광기어린 아버지의 모습에 어머니는 반항도 하지 못하고 살고 어린 아이들은 학대를 당한다. 점차 커져가는 불만도 아버지의 힘앞에서 무력해져버리고 당시의 종교적인 이유로 인해 이혼도 반항도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안드레아스는 굴복하지 않았다. 드디어 19살이 되던 해 아버지를 무릎꿇리고 집에서 나간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정신적인 문제는 그후로도 19년을 따라다닌다. 학대속에서 만들어진 자신에 대한 불안과 불신의 탈출구는 어렸을 적부터 써오던 글쓰기와 여행이었다. 아버지의 학대 속에서도 일기를 써왔던 것이 그를 구하는 도구가 되어주었다. 그는 글을 쓰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아버지 또한 전쟁을 겪은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었으며 그도 어쩔 수 없는 상황속에 빠져버렸었다는 걸.

아버지의 치욕스런 행위뒤에는 치욕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인생의 절반이 흘러간 나이 마흔에 전쟁터에서 좀비가 되어 돌아온 아버지는 또 나머지 절반을 집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보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전쟁터에서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을 파괴했던 것이다. 아버지는 멋진 청년이었다. 그렇지만 단 하나의 가정 '만일 아버지가 다른 아버지를 두었더라면'으로 뒤집혀버렸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말에 굴복했고 집을 떠나지 못했고 전쟁에 참가했다.

 

그렇지만 그 아버지의 아들은 굴복하지 않았다. 잔혹한 폭력앞에서만 나를 굽힐 뿐, 그 밖의 상항에서는 무너지지 않았다.

 

인간의 존엄은 결코 거래될 수 없다. 그것마저 넘겨준다면, 내가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않은가.

 

그렇게 자신의 존엄을 지켜낸 안드레아스는 오랜 시간이 흘러 그 기록을 우리에게 내보여주었다. 인간의 존엄은 이렇게 지켜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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