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밥상 - 평범한 한 끼가 선물한 살아갈 이유
염창환.송진선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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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커피 한 잔, 달콤한 멜론 한 조각, 시원한 꽃게탕.

이것은 작년 11월 저세상으로 떠난 내 친구가 먹고 싶어 하던 음식이다.

2년 전 말기 암이라는 소식을 전해 듣기 전에는 앞으로 자주 만날 수 있으니까 오늘은 내가 바빠서 못 만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십여 년을 못 만나고 지냈던 친구였다. 대학교 다닐 때는 매일 얼굴 보고, 같이 밥을 먹던 친구였는데.

얼마 못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시간이 날 때마다 열일 제쳐두고 달려가게 되었다. 위암 투병 중이라 마음대로 먹지도 못하는 친구 앞에서 나도 별 입맛이 없었지만 친구는 눈으로라도 먹고 싶다고 자꾸 먹을 것을 권했다. 그런 친구 앞에서 나는 친구가 먹고 싶다는 달달한 믹스커피 한 잔, 달콤한 멜론, 꽃게탕과 밥을 맛있게 먹어줘야 했다. 친구는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웃음을 짓고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도 그 광경을 떠올리며 너무도 힘들었을 친구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 온다.

 

이 <치유의 밥상>은 그런 이야기다. 말기 암 환자들이 있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을 앞에 둔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송진선 피디가 염창환 의사와 함께 들으며 적어내는 솔직한 이야기, 가슴이 먹먹해 오는 이야기다.

 

송진선 피디는 자료들을 통해 배웠던 '죽음은 삶의 일부라는 말'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왔지만 그 삶의 일부인 죽음이 어떤 형태로 다가오는지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오히려 내가 사는 삶을 어떻게 바라보게 되는지 깨달아 간다. 염창환 교수는 이런 말을 한다.

"어떤 인생을 사는가는 그 과정을 통과할 때는 전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죽음 앞에 설 때에만, 때론 죽은 뒤에야 인생의 진정한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든 관계들을 확인할 수 있어요. 화해할 수 있는 사람과 화해할 수 있고, 미워했던 사람을 사실은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호스피스 병동은 결국엔 행복을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가슴의 응어리를 풀고 웃을 수 있고, 무엇보다 사람이 이 세상에 혼자 왔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연을 맺은 이들이 늘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처럼.

그래서 우리는 아마 삶의 소중함, 이 일상의 소중함을 많이 놓치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우리가 꼭 생각해 봐야 할 것. 죽음.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지만 마시지 못하고 죽음을 앞에 둔 여인에게서 후회 없이 오늘밖에 없다는 간절함으로 매일을 살아가자는 가슴 아픈 교훈을 얻기도 하고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아버지를 마주한 아들 앞에서 산다는 건 참으로 버겁고 무거운 짐이어서 필사적으로 행복을 지향할 수밖에 없고 안락한 유혹에 넘어가서 수많은 죄를 짓는 우리의 약함을 발견하기도 한다. 아마도 '살아가야 한다'라는 명제 앞에 눈감고 귀 막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는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나게 된다.

죽음을 앞에 두었지만 너무도 밝게 하루를 살고 있는 열일곱 살 소녀에게서 듣는 "내일을 살기 위해 치료받는 게 아니라 '오늘'을 남기기 위해 열심히 살기로 했어요."라는 말은 내 가슴을 울렸다.

 

삶은 소중하다. 그러나 진정 소중한 것은 죽음 앞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우리가 과연 어떤 것을 잃지 않고 살아가야 할 것인지는 이 책을 읽으며 가슴속에 새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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