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보스 이야기 - 세계 거물들은 올해도 그곳을 찾는다
문정인.이재영 지음 / 와이즈베리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세계는 갈수록 글로벌 엘리트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들은 정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트렌드를 선도하며 우리에게 지배적인 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부와 권력을 다 가진 세계 상위 0.1%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성(城)도 작위도 없다. 그런 이들이 세계의 엘리트라는 사실을 알리는 행사들 중 대표적인 다보스포럼의 실체를 알리는 책이 나왔다.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현재 다보스포럼에 대한 책은 몇 권되지 않는다. 이 책이 다소 특별한 이유는 저자 중 한 사람은 교수요원으로 다보스포럼에 참여해 온 외부 전문가이고, 다른 한 사람은 포럼을 준비하는 주최 측 요원인 내부자였다는 것이다.
다보스포럼의 정식 명칭은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 스위스 제네바 대학 경영정책과의 클라우스 슈밥 교수가 기획한 회의로 기업인과 교수들이 모여 다양한 산업 이슈들에 대해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들었던 게 그 시초가 되었다. 이 포럼에는 다국적 기업의 최고 경영인, 글로벌 이슈메이커들이 매년 1월 말 스위스의 다보스로 와서 약 4일 동안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격의 없는 토론을 벌인다는 데 의의가 있다. 물론 이 포럼에 아무나 누구나 참여할 수는 없다. 주최 측의 초청을 받아야 갈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 외에 일반세션의 경우 7만 1000달러(약 8000천만 원)을 내야 하며 비공개 세션인 회원 등급 산업 회원이 되고자 할 경우는 15만 6000달러를 내야 한다. 수행원까지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 등급의 경우는 52만 7000달러, 수행원 참가비까지 한다면 62만 2000달러(약 6억 9500만 원)이 있어야 한다. 세계 20대 업안에 들지 못하면 신청도 할 수 없다.
이 다보스포럼에 교수요원으로 참여한 문정인 씨의 글은 매년 다보스에 모인 이들이 어떤 주제를 가지고 고민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포럼을 준비했던 주최 측 요원이었던 이재영 씨의 글을 함께 읽다가 지나간 에피소드가 생각이 나서 쓴웃음을 지었다. 이재영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 '대한민국형 녹색성장'이란 의제로 데뷔하자 국제사회의 반응도 뜨거웠다고 전한다. 반면 문정인 씨는 다소 아쉬웠던 점을 토로한다. 특히 2012년 다보스포럼에서는 2011년 11월 G20 서울 정상 회의 평가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마치 세계의 주인공으로 우뚝 선 것처럼 홍보를 했지만 다보스에 모인 그들은 현재의 G20 체제 자체를 회의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오히려 G20 체제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꼰 이들의 주장이 포럼 기간 내내 많은 관심을 받으며 화두로 떠올랐다는 것에 현재 두 사람의 입장 차에 따른 다른 관점이 드러났다.
이 두 사람이 전하는 다보스포럼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마지막 두 사람의 대담이었다. 그 속에는 다보스포럼이 당장 닥쳐온 위기를 넘기기에 급급한 단기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느낌이며 일종의 위기대응 전략회의라는 평가도 있기 때문이다. 이 다보스포럼에 대해 지구의 미래를 논한다는 좋은 평가도 있지만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 같은 경우에는 '기라성 같은 존재들이 대거 모여, 서로 서로 아첨에 열중하는 곳'이라고 악평을 하기도 했다. <운명의 충돌>의 새뮤얼 헌팅턴은 '국가에 충성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고 정부를 구시대 잔재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며 국가의 이익에 앞서 본인의 비즈니스를 위해 이용한다고 말했다. 워런 버핏, 스티브 잡스, 팀 쿡 등 내로라하는 유명한 최고경영자는 참석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이 모임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포럼에 참석해 생기는 실질적인 영향과 효과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다보스포럼의 올해의 주제인 '세계의 재편(재구성)'을 놓고 어떤 의견이 오가는지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가서 말한 '창조경제'가 어떤 반응과 효과가 있을지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너무나 딱딱한 주제지만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멀리하면 결국 나만 손해다. 다보스포럼의 실체와 명암을 함께 알고 나면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떻게 전개가 될지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