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전민식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간혹 이 실험과 인간적 연민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연민이 인류 전체의 진보를 막는 족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결국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살아간다는 걸 명심하세요. 그 선택이 선하든 악하든 우리에겐 그걸 판단할 권리가 없습니다. 우리의 실험이 윤리나 도덕보다는 인류 전체의 생존과 번영에 우선순위를 둔다는 점 역시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노력이 인류 발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길 수 있다는 점, 부디 잊지 말아 주세요. "

 

우성 인자를 연구하여 인종을 개량하려는 비밀 정부기관의 계획에 따라 최악의 조건에서 성장하여 자라 지금은 명문대 대학생이 된 재황을 몰래 관찰하며 기록해 이 기관에 넘기는 일을 하고 있는 여자 수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13월>은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하루에 80번 넘게 CCTV에 노출된다고 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슈퍼에서 우리가 포인트 적립을 위해 쓰는 카드에 의해 내가 자주 사는 품목이 뭔지 내가 어떤 음식을 먹고살고 있는지 화장품은 어떤 것을 쓰는지 그들은 다 알고 있다. 그들은 친절하게도 내가 자주 사는 품목에 한해 더 높은 할인을 해주기도 한다. 우리가 편리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뒤에 숨은 감시의 눈길을 우리는 의식도 못하고 있지만 나의 정보는 그들에게 어떻게든 돈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통제되고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재황은 어떤 프로젝트에 의해 고아가 되었고 비행과 범죄에 노출되어 자라지만 어떤 강인함과 명석한 두뇌로 명문대 대학생이 되었다. 그는 정보기관의 관찰자에 의해 모든 행동이 관찰되고 그에 관한 보고서가 작성된다. 그것은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 쓰인다고 한다.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도덕성은 무시되어도 좋은가?

 

인류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라는 이야기에 수인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도덕성에 대한 회의가 자부심으로까지 변하기도 한다. 우리 또한 그러고 있지 않은가? CCTV의 설치가 강력범죄를 예방하는데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며 우리도 또한 잠재적 범죄자가 되는데도 오히려 맑고 투명한 사회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는지......

 

정보를 가진 자가 권력을 가진다는 엘빈 토플러의 말처럼 우리는 정보를 장악한 주체에게 종속되어 감시당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1년에 12월만 존재하고 13월이 있는데도 모르고 살고 있는. 13월이 있다고 말해도 믿지 못하고 웃어버리고 마는 그런 존재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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