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행위
하워드 제이콥슨 지음, 신선해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문학작품은 때론 금기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급이라는 금기를 종교라는 금기를 그리고 성도덕이라는 금기를. 그렇게 경계를 뛰어넘어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문학이 할 수 있는, 아니 어쩌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때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그런 주제라고 하더라도.

 

"아내의 외도를 바라는 남편, 과연 사랑일까?"

영국에서 가장 지적인 작가, 맨 부커상 수상작가 하워드 제이콥슨의 섹시하고 도발적인 문제작이라는 띠지가 눈길을 끄는 <사랑의 행위>는 그래서 주목을 받았나 보다.

 

아름다운 여자, 마리사를 다른 남자로부터 빼앗아 부부가 되었지만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남자 펠릭스. 그는 그녀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주는 일에 온 정신을 쏟아붓는다. 다른 남자 품에 안긴 아내를 보며 얻게 되는 질투와 상실감을 통해 사랑이 완성된다고 생각하는 펠릭스는 마리우스라는 남자를 발견하고 아내에게 엮어주고자 노력한다.

 

'한 여자를 사랑하면서 그녀가 다른 사람의 품에 안긴 모습을 상상해 보지 않은 남자는 없다. 다른 남자가 그녀를 범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기 전에는 그 어떤 남편도 진정 행복해질 수 없다. 진실하고 순수한 행복, 남편으로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복은 느낄 수 없다.' 

'한 여자를 사랑할수록 상실에 대한 두려움도 더 커진다. 그러니 그녀의 상실을 당신의 상상과 마음이 함께 연습한다면, 그야말로 합리적인 전략 아니겠는가? 말하자면 이건 '자기보호'다. 삶의 다른 영역에서는 당연히 이렇게 하지 않는가. 비극과 파멸에 대비하고, 보험에 가입하고, 자신을 단련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안다면, 즉 당신의 심장이 한갓 물렁살에 지나지 않는다면 미래가 당신을 놀라게 하기 전에 당신이 미래를 놀라게 해야 한다.'

 

이 주인공은 사랑은 일본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열쇠>의 중년 교수의 사랑을 떠올린다. 중년의 교수는 보다 젊은 부인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과 자신이 질투로 강한 성충동이 일어나는 것을 알고 제자와 아내를 불륜의 관계에 빠지게 한다. 


이 둘은 도덕, 윤리에 억제된 성에 반기를 들었고 사랑은 결국 성적인 욕망이고 다른 존재를 끌어들여 질투라는 사랑의 중요한 감정을 느끼고 자신만의 사랑의 만족을 얻으려고 한다. 결국 <열쇠>의 주인공이나 <사랑의 행위>의 주인공 펠릭스나 사랑의 완성은커녕 집착할수록 파멸에 이르는 결과를 보여준다.


<열쇠>가 살 내음이 물씬 나는 보다 육욕적인 책이었다면 <사랑의 행위>는 끝없이 고전의 주인공을 언급하고 신화를 들먹이고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문제를 끌어들여 정신과 사유에 중점을 두었던 책이었다. 그런 숱한 논리적인 뒷받침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의 사랑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까지 파괴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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