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뇌 - 우리의 자유의지를 배반하는 쾌감회로의 진실
데이비드 J. 린든 지음, 김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칸트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자연법칙에 종속된 타율적인 존재이지만,도덕성의 세계에서는 자유의지를 가진 자율적인 존재라고 했다. 즉, 인간은 한편으로는 본능에 근거하는 충동에 의해 행위하는 존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의지에 근거하여 행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쓴 데이비드 린든은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건 자유의지가 아니라 뇌 속 쾌감회로라고 이야기한다. 인간의 가장 보편적 특성은 이성이 아니라 본능이며, 이 본능의 기저엔 다름 아닌 쾌감회로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식을 먹든, 약물에 취하든, 섹스에 몰두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지 간에 쾌감을 좇는 것은 인간이라는 동물의 주된 행동 요인이라는 거다. 쾌감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측중격핵,전전두피질,백측선조체,편도체에 분비될 때 느끼는 즐거운 감정이다. 이 쾌감회로를 밝힌 것은 뇌신경과학의 발전 때문이다.

 

요즘에는 중독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알코올 중독이나 약물중독처럼 다소 질병적인 것도 있지만 스마트폰 중독,게임중독,쇼핑중독,성형중독 등 조금 지나치게 하는 것은 모두 중독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해롭지 않은 것들에도 '중독'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 같다.이는 사회적 습관들이고,우리는 '중독'이란 단어로 그것들을 설명한다. 그런데 사용하다 보면 중독의 힘은 약해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런 중독에 빠지는 이유를 뇌 과학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흔히 도박에 빠지는 이유는 최초의 보상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원숭이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불확실성을 즐겁게 (또는 인지신경과학의 용어로,보상적이라고)느끼도록 프로그램화 되어 있다고 한다. 도파민 뉴런은 보상물 자체에 반응하지 않는 대신 초록불빛이 켜지는 순간에 활동한다. 섹스나 음식처럼 본래적으로 즐겁거나 약물처럼 인공적으로 즐거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소리,냄새,광경,기억이라도 쾌감과 연합하여 그 자체로 즐거워질 수 있다면 지금의 중독들은 모두 그런 경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독이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를 저자는 정치,사회,경제적인 것에서 찾는다.

 

우리의 약물 정책들은 복잡하게 얽힌 채로 끊임없이 경쟁하는 이해관계를 반영한다.자본주의의 관점에서 향정신성 약물은 막대한 이윤을 낳기 때문에 우리는 그 판매와 사용을 조장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조장할 것이다.의학적,사회학적 관점에서 우리는 피해나 중독을 야기하는 향정신성 약물들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우리의 법이 항상 다양한 약물들의 사회적 위험성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담배는 중독성이 높고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수백 만에 달하지만,거의 모든 나라에서 용인한다.반면에 마리화나를 피우다 죽는 사람은 마리화나를 피우다 죽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도 마리화나 흡연은 불법으로 간주된다.나는 쾌감을 조절하는 미래의 기술들이 이보다 더 합리적으로 규제되거나 상업화되면서 발전할 거라고는 털끝만큼도 믿지 않는다.현재의 약물 규제법을 보면 정치와 상업이 탐욕의 손으로 빚어낼 재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많은 실험의 예를 들려주면서 지루하지 않게 뇌를 설명하고 있지만 워낙 낯선 전문적인 용어들이 많이 나와서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다 알려고 하지 않고 읽다 보면 어느새 끝장이 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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