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위하여

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 창비 / 2013년 11월

제목이 <남자를 위하여>이지만 남자들은 결코 읽지 않을 것 같은 이 책은 작가인 김형경 씨도 한 잡지의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여자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그래서 부제를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인가 보다.우리의 남자들은 여자들이 이 책을 읽고서 자신을 더 잘 이해해주고 인정해 주길 바랄 것이고 그러므로 결국은 남자를 위하여가 맞는 말이 될 것 같다.

심리 에세이에 대해서 다시는 안 쓰겠다고 말했다던 김형경 씨가 이 책을 낸 이유는 이제 막 성인이 된 조카가 자신을 이해하는데 참고가 될까 하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너희들이 남몰래 느끼는 그 불편한 감정들은 잘못된 것이 아니야.누구나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그것을 잘 알고 이해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야.자기를 잘 알기만 하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할지 선택하는 문제만 남는 셈이지."

작가는 이 책에서 여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남성들의 행동과 말이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 심리학과 예를 들어서 말해주고 있다.

남자들이 차에 집착하는 것, 폭탄주를 마시는 것,여자를 바라보는 것,폭력성을 띠는 행동과 말,그리고 섹스까지.

시어머니와 남편의 관계,결혼한 여자들이 제일 먼저 부딪히는 문제인 시어머니와의 관계는 남자들의 첫사랑은 엄마이며 남자들의 마음에는 엄마에게 사랑과 연민과 죄의식이 흘러 넘치고 있다고 한다.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지만.또한 섹스는 남자들이 모든 감정과 욕구를 해결하는 단 하나의 창구라고 한다. 남자들은 섹스로 인해 안정감을 얻고 이해 받는다고 느끼고 편안함을 얻는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남자는 울면 안된다,자신을 내보이지 말라고 교육받으며 자라서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감정을 말하는 것에 서툰 남자들은 소설과 드라마를 싫어한다.(울 신랑이 내가 드라마을 보면 짜증내는 이유를 여기서 알았다.자신은 '시시하게 그런 걸 본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사물에 감정을 담아서 말하며 그러고는 감정을 훌륭하게 감추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재미있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남자 화장실 소변기의 구조에 대한 이야기였다.여자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그것이 남자들은 전혀 불편하지도 이상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남자들의 몸에 밴 경쟁심 때문이라고 한다. 얕은 칸막이 너머로 상대의 모든 것이 보이는 상황에서 볼일을 볼 때마다 남자들은 옆 사람을 곁눈질 하면서 묘한 경쟁심을 느낀다.이 세상 어떤 남자도 그 화장실 구조를 문제 삼지 않는 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경쟁심을 문제삼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한다.그들은 경쟁에서 생의 에너지를 얻으며,경쟁자의 속사정을 알고 있어야 안전하다고 느낀다.

남자에게 경쟁은 삶의 기본 속성이며 유희이며 일종의 의식이다.그들의 놀이나 대화는 경쟁요소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이 책 안에 들어있는 많은 남자 이야기들 중에는 나의 남자에 해당하는 그리고 내 주변의 그들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이 있다.이제 이 이야기를 토대로 여자들은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그들과 좀더 편안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여자들이 남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환상,기대들이 이 책을 읽다 보면 확 깨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작가가 프로이드의 심리학에 기준을 두고 해석하고 있기에 그렇게까지 하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