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그동안 나는 장편소설을 주로 읽었다. 그중에서도 <태백산맥>이나 <혼불>처럼 아주 긴 대하소설이 나에게는 더욱 재미있게 다가왔다. 다양한 인간들의 삶이 펼쳐지고 그 속에서 주인공 쯤 되는 인간들의 성격이 드러나고 그들의 활약이 눈에 확 들어와 작품 전체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아마 그동안 나는 인간의 삶이라고 하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가 처해진 역사적 사회적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그리고 그가 관계를 맺고 있는 인간군상들에 따라 변화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듯 하다. 물론 당연히 그렇겠지만 단편소설이라고 하는 것은 그저 한 순간의 에피소드라 그다지 의미 없음,혹은 장편을 쓰기 위해 습작처럼 쓰는 글 정도로 인식했던 듯 하다.(사실 많은 작가들이 단편집을 낸 후 그 중에서 어떤 작품을 장편으로 개작하는 경우들이 있었다.)

 

그런 내가 노벨상 수상 작가의 작품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그렇게 읽기 시작한 이 책은 그 동안 소설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바꿔 놓았다.

나는 지금까지는 오 헨리, 톨스토이,에드가 알렌 포,모파상의 단편들이 갖고 있는 매끄러운 스토리와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는 결말을 좋아했고 그것이 단편소설이 갖는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앨리스 먼로의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인공의 흔적이 없는 어느 날 어느 순간의 삶의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그려내고 있었다.어쩌면 우리는 지나가는 일상들처럼 '그게 뭐 그리 대단해?'하고 말 그런 일들이 앨리스 먼로의 펜끝에서는 그 일상의 심연이 들여다 보인다.


단편 소설이 갖는 특징은 앞 뒤가 없는 짧은 스토리는 책을 읽는 동안 앞의 이야기를 유추해 보기도 하고 그냥 툭 끝내버린 불친절한 마지막 문장 뒤의 일들을 그려보기도 하면서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고 왜 그럴까 고민해 보게 하는 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이 나름 나름으로 다 재미있겠지만 나에게는  <작업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집에서 살림을 하면서 글을 쓰는 작가가 자신의 삶을 해결한 방법으로 작업실을 얻기로 한다.물론 집에서도 글을 쓸 수는 있지만,여자에게 집이란 남자와 같은 곳이 아니다.여자는 누구들처럼 집에 들어와서 이용하고 마음대로 다시 나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여자는 곧 집이다. 떼려야 뗄 수 없다.그래서 남편에게 작업실을 얻겠다고 말한다. 밍크코트나 다이아몬드 목걸이도 아닌 작업실을. 그녀는 마음에 드는 사무실을 얻었고 작업실에서 일을 한다. 그러나 주인집 남자는 너무 깊이 간섭을 한다.'남자라면 다르겠지만,아무래도 여자들은~'하면서.

그러나 여자는 단칼에 거부하지 못하고 소심하게 굴지만 주인인 남자는 끈질기게 간섭을 해온다.자물쇠를 채워도 몰래 들어오는 그 남자의 태도에 그녀는 결국 '당신은 미친 겁니다'를 외치며 작업실을 나온다. 그리고 그여자는 작업실을 구하지 못한다.그 남자의 잔상이 남아있어서~


이 책을 읽기가 어렵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쉽지 만은 않았다.

주제가 명확하지도 그렇다고 불확실하지도 않다. 

그건 아마 우리의 삶이 그렇지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삶 또한 알 것 같기도 하지만 모르는 채 그저 뚜벅 뚜벅 걸어가면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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