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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지 말아요 -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이 책은 지난 몇 년 동안 작가 정여울을 매혹시킨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들이 작가에게 가르쳐준 소중한 메시지를 갈무리한 것이다. 작가는 아무리 책을 읽어도 영화를 봐도 사랑을 전혀 모르겠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다가 융의 "내 모든 경험 상 사랑은 거의 다 올라갔다고 생각했을 때 더 높이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산과 같습니다."라는 말에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사람은 다소 극적인 상황에 놓여있을 때 본질을 드러내는 것 같아 보인다.
사회 질서가 무너져 버리는 상황이라거나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처럼 사랑이라는 감정 아래에서 인간은 본성을 드러내 버리며 무너져 버리기도 하고 끝없는 집착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사랑은 인간을 탐구하기에 얼마나 적절한 주제인가? 사랑이야말로 끝나지 않는 철학의 샘물이고,어떤 이론으로도 완전히 분석할 수 없는 삶을 예리하게 투시하는,보이지 않는 현미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많은 영화와 연극과 소설이 이 '사랑'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인간을 그려내고 있나 보다.
<잘 있지 말아요>를 통해서 본 많은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들은 우리의 모습이 어떠한지 우리의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사랑이 혹은 앞으로 다가 올 사랑이 어떠할지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나의 과거의 사랑이 마치 지울 수 없는 메모리였던 것처럼,책 속의 짧은 구절에서도 환하게 되살아 나서 나를 과거의 사랑에 빠졌던 부끄러운 그 날로 데려가 준다. 마치 그때의 질감 하나하나가 되살아나는 느낌이라 읽으면서도 괜히 얼굴이 붉어지다 몸이 배배 꼬이다 한다.
이 책에 들어있는 서른 일곱 편의 이야기 중에 내 눈에 확 끌리는 두 편이 있었다.
20년 간 반복된 '단 하루'의 사랑 이라는 부제를 단 데이비드 니콜스 <원 데이>라는 작품은 아마 영화인 듯 한데 우정과 사랑의 긴 방황 속에서 마침내 확인한 사랑이 오래도록 지속되지 못하고 한 사람이 죽고 마는 이야기다.
작가가 말해주는 사랑보다 더 깊은 감정이 '좋아함'일 수도 있다는 것을,우리는 오랜 외사랑에 지쳐버린 엠마의 그렁그렁한 눈빛을 통해 새삼 깨닫는다.는 말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또 어떤 상황에서 이런 멋진 멘트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통째로 바꾸는 게 아니라,네 주변의 일부분부터! 네 열정과 네 전동 타자기를 가지고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라는 말이 가슴에 남게 되는 그 장면도 꼭 보고 싶다.
해피앤딩은 아니지만 용기를 내서 고백하라고 하는 메시지로 작가는 읽었지만 나는 어떻게 보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또 다른 한 작품은 나도 읽었고 (비록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읽고 나서 너무나도 좋았던 작품이다.
에로틱한 우정의 불가능성이라는 제목을 단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 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한 번만 살 수 있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그에게 삶의 모든 순간은 그저 한 번뿐인,지나가는 시간일 뿐이므로 그는 소중하게 간직하고 기념해야 할 그 무엇도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
'아인말 이스트 카인말(한 번 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의 세계에서 '에스 무스 자인(그래야만 한다)의 무거운 세계로 귀환한 것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인간의 피할 수 없는 나약성에 대한 우화로 읽었으며 에로틱한 우정이 가능성에 대해 말한다.
우리가 에로틱한 '우정'에 방점을 찍는다면,에로틱이라는 말에 지나친 과민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남녀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긴장감이 바로 에로틱한 우정 아닐까
내가 본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친숙한 스토리와 대사에 확 끌리기도 하고 옛 생각이 솔~ 솔~ 나기도 하고 그렇지만 나에게 다가 온 작품의 느낌과 작가의 분석이 달라서 색다른 맛을 느끼기도 하게 된다.
내가 보지 못한 작품들도 많았는데 이런 멋진 작품들은 내가 놓쳤구나 하는 생각에 찾아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고 사랑을 하고 결혼도 하고 보니 이제 이런 가슴 저미는 사랑은 드라마나 영화나 책으로만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이런 아픈 사랑을 다시 하고 싶다는 것보다 영화라서 아름다운 거고 책이라서 그런 거라고 투덜거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