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4
윌리엄 골딩 지음, 안지현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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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시작은 무척 흥미롭다.

 

영국의 한 작은 마을,스틸본.

이곳에 살고 있는 열여덟살의 올리버는 혼자 좋아하던 5살 연상의 이모젠의 약혼소식을 듣고 침울해 있던 어느 날 늦은 밤,평소 한번도 말을 걸어오지 않던 이비라는 여자애가 빗속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듣는다.

 

이 소설은 주인공 올리버의 세가지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열여덟 살,대학입학 전 사랑과 욕망사이에서 고통받던 올리버가 겪었던 일들.그의 말대로 열여덟살은 고통을 겪기에 좋은 나이이며 필요한 힘은 있지만 아무런 방어막도 가질 수 없었던 시기였다.

1920년대 영국의 스틸본이라는 작은 마을은 그 마을의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누가 사랑을 하는지 반항을 하는지 모두가 알고 있는 비치는 사회다. 모두가 옷을 입었지만 노출되어 있고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곳이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이며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편견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 그런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은 따가운 다른 이의 시선을 받아야 한다. 올리버는 대학생이 되어 스틸본을 떠났다.그렇지만 그는 그곳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된 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에게 중력과도 같은 영향력을 계속해서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학생이 되어 돌아온 올리버는 마을에서 몇년에 한 번 열리는 음악회에 참가하게 된다. 그곳에서 사랑했던 여인부부를 만나게 되고 음악회의 연출을 맡게 된 디트레이시의 만남을 통해 마을 사람들의 위선과 진실을 깨닫게 된다. 디트레이시의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는 말은 올리버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까지 와 닿는다.

 

올리버는 성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졌다고 느꼈던 이모젠이 머리가 비었고 무감각하며 허영심 많은 여자임을 알게 되고 열여덟살 때 페인트 붓같은 눈썹,자두 세개로 표현되는 입술과 눈을 가진,온전히 속세의 여자이며,욕망을 부추기는 빛을 발하는 여인이었던 이비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 어른이 되어서 다시 찾은 스틸본에서 자신의 어렸을 적 음악선생과 헨리아저씨의 일을 떠올리며 알게되는 진실은 그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내뱉게 한다.

 

"갑자기 나는 만약 내 소리,내 살과 피,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내 힘을 그 보이지 않는 발에 맡길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대가도 그 어떤 대가라도 치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 나는 헨리와 마찬가지로 내가 결코 적정한 대가 이상은 치르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도덕적인 결론을 내리려 하고 있지 않다.

그저 현미경으로 사물을 관찰하는 것처럼 그들이 살았던 마을과 그들의 상황을 보여준다.주인공 올리버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조금씩 변화된 생각을 갖게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억압적인 시스템에 반기를 드는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고정된 그리고 무력해 보이는 모습을 가진 그런 모습으로 남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헨리와 올리버의 행동에 그럴 수 있지 하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너무 속되고 속되서 그럴까?

이런 모습을 한 대부분의 헨리와 올리버에게 작가는 사회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외면하고 눈감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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