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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노예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9
미셸 오스트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9월
평점 :
은둔지에 파묻힌 커플,물질적 근심에서는 벗어났지만 침묵의 세계에 살고 있는 어머니와 아들, 아들은 이제 마흔 살이 되었고 엄마는 그보다 스물다섯살이 많은 나이이다.
이 말은 주인공인 필립 아르쉐가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인 지네트 라카르에 대해서 설명한 부분이다.
우리는 이 필립과 필립의 시선을 따가가며 그의 눈에 포착된 파리의 풍경과 그가 만나는 사람들과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듣게 된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책을 읽다 보면) 필립은 자기 자신의 일까지도 남의 일인 것처럼 느끼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필립은 사실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그의 아버지는 전쟁중에 레지스탕스가 되어 활동을 하다가 엄마의 표현대로라면 필립과 그의 어머니를 '똥을 싸놓은 것처럼 버리고' 떠나 소식이 없는 그렇지만 그들을 도와 줄 수 있는 토니 소망이라는 사람을 보내 회사를 운영하게 함으로써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걱정이 없게 만들어 준 사람이지만 소식을 알 수가 없다.
필립은 스스로 비사교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폐쇄적이며 아무것도 안되기를 원하는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지난 몇해동안 있었던 변화 중에 최악의 것은 원래의 내 육체적 모습에 일어난 변화였다고 한다. 이런 필립이 어느날 밤에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서 어머니의 삶과 아버지의 관계를 알게 되었다. 그는 그의 여자친구인 폴라 로첸을 만나서 아버지를 찾으려는 용기를 얻게 된다.
그가 만난 아버지는? 책의 뒤표지에 설명된 것처럼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노인네가 되어 있었고 그는 폴라에게 이별을 고한다.
아버지를 만난 뒤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필립을 "너"라고 부르는 이인칭 화법으로 기술한다.
영웅이라고 알았던 아버지의 현재 모습에서 온 실망과 충격일까? 아니면 본래 자신의 모습이 비참한 것이었음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어서였을까? 아버지와 자신이 외양이 닮았듯이 삶의 모습 또한 닮았다고 생각하고 무기력해졌을까?아니면 원래부터 무기력한 존재였을까?
그는 타인에 대한 사랑이라는 진실되고 심오한 감정이 '네능력 밖의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 '너'는 침묵으로 가라 앉는다. 잠수함 같은 방에서 심해로 침몰하듯이.....
결국 침묵과 고립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밖에 없었던 필립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