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팽이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별로 단편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다지 재미있지가 않아서가 가장 표면적이고 직접적인 이유일 것이다. 인생의 이모저모를 그려내거나 한 사람의 생각의 전부를 통채로 들여다 볼 수 있는 다소 긴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최진영의 <팽이>를 읽고 나서는 장편 못지 않은 단편도 있구나 하는 나름의 안도감이 들었다.
물론 단편이 인생의 질곡을 다 표현해낼 수는 없지만 중요하고 문제적인 순간의 에피소드를 그려냄으로써 삶의 단편을 보여주는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특히 최진영의 이 단편집은 그렇게 강하게 다가오는 몇 몇 작품들이 들어 있었다.
<돈가방>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6년이 지난 어느 날,생전 벌초 한 번 안 하던 큰형내외와 둘째 두수네는 어머니 묘지에서 만난다.사정도 좋지 않다던 큰형네는 아우디를 끌고 나타나고 둘째네는 시동도 꺼지는 구형 아반떼를 타고 갔다. 묘지에 가던 중 둘째네가 발견한 검은 가방안에는 3억이라는 돈이 들어있다.이 돈을 놓고 이 두 가족은 갈등을 한다. 둘이 나눠 쓰자고 하는 형에게 둘째는 세째의 것은 어쩌냐고 묻는다.제일 힘든 건 세째니까. 그렇지만 돈생기면 허투로 쓰는 놈이라 다 탕진할 것이다는 큰 형과 오히려 어음만 돌아서 힘들다는 큰형수의 말에 급한 불부터 끄라고 모든 돈을 형에게 양보하는 둘째.
둘째의 아내는 큰형부부의 이중적인 태도에 분개하고 저혼자 정의롭겠다고 나머지를 파렴치한으로 만든 남편도 싫다.
그런데 이 둘째의 생각은 형부부에게 자신도 아내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으로 비쳤을까봐 불안하다. 이 둘째가 지키고자 했던 인간의 가치는?
며칠 뒤 돈이 없어졌다는 형의 전화를 받고 둘째는 112를 누른다.
이 짧은 단편을 읽으면서 어쩜 우리의 생활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지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려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와 비슷한 일들과 생각을 만나게 된다. 그러고는 정말 화내야 할 사람에게 보다는 손해보고 무시당한 그 것에 더 화가 난다.
두번째 단편 <남편> 또한 결혼을 하고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을 것 같다.
물론 남편을 믿는다. 이런 저런 믿을 만한 이유들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내가 모르는 어떤 다른 사실들을 만날 때 내가 잘 알고 있다는 사람을 의심하게 되고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 묘한 어떤 지점을 작가는 참 잘 그려냈다.
내 마음의 흔들림과 맞닿아 있어 책을 읽으면서 같이 방황하기도 하고 고민해 보기도 하니 불편하기도 하고 짜증이 확 솟구쳐 오르기도 한다.
작가가 책의 뒷편에 말하듯이 작가는 잘 될 거라고, 앞으로 좋아질 거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주시한다. 미련도 희망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