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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때 잠자리
마르탱 파주 지음, 한정주 옮김 / 열림원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너무 좋은 책을 만날 때는 꼭 사랑하는 이를 뒤늦게 만난 것처럼 "왜 이제야 내 앞에 나타난 거니?"하면서 투정을 부리고 싶다.
오늘 이 책이 꼭 그렇다.
어제 밤 음악을 틀고 손에 들었던 다소 이상한 제목의 책 한 권 <여덟 살 때 잠자리>
잠자리가 그 잠자리가 맞나?하면서 표지를 자세히 보니 가로등 위에 잠자리 한마리가 그려져 있다. 그 잠자리가 맞나 보다. 그런데 왜 여덟 살 때의 잠자리를 제목으로 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이 제목이 갖는 의미는 의외로 크다.
피오는 어려서 부모님을 다 잃고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그 할머니가 들려주신 인생의 비밀 이야기.
할머니는 높이 자란 풀밭 사이를 하얀 강아지와 자전거를 타고 나란히 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기준 음으로 삼으며 살고 있다고 피오에게 말해준다. 무엇에 따라 삶을 살아갈지 기준이 되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것만이 피오가 할머니에게 받았으면 하는 유일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 피오가 여덟 살 때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세상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일 때 돌연 나타나 피오의 손에 내려앉은 잠자리.그 잠자리는 하늘을 향해 자신을 던져 날아 올랐다. 피오는 그 순간 본으로 삼고 살아야 할 삶의 형태가 바로 이것이라고 느꼈다.
세상의 교훈들이 모두 무겁고 어려운 언어로 전달될 때 할머니의 이 느낌 가득한 이야기는 피오의 삶에서 어떻게 꽃을 피우고 살아갈까?
피오의 눈에 비친 세상은 보지도 않은 것을 가지고 평가를 하고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이 진실이 되는 곳이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화단에 대한 것이지만 다만 무대가 화단과 그림일 뿐 우리가 사는 세계가 다 이렇다.
이 책에서 묘사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부끄럽고 슬펐다.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고 나를 잃어버리는 일이 되어버린 곳. 작가의 손에서 그려진 등장인물들은 우리가 눈 감고 못 본 척 한 것들이거나 우리도 모르게 하고 있는 역설적인 우리들의 행동과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이 작가의 나머지 책들을 찾아 읽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