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 영혼이 쉴 수 있는 곳을 가꾸다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다시 읽으면서 나이들어 헤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좀 더 젊었을 때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에게 권했지만 반응은 영 신통치가 않아서 꼭 그맘때의 나를 보는 듯 하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헤세는 조금 나이가 들어 세상을 알 만한 때가 되야 마음에 와닿는 작가인가보다였다.

 

그의 산문집인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 연장선에서 읽게 된 책이다. 나 또한 나무와 꽃과 풀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헤세의 책을 읽으면서 이 위대한 작가의 생각이 너무도 궁금하다는 이유가 더 컸다.

 

'전쟁의 유일한 효용은 바로 사랑은 증오보다,이해는 분노보다, 평화는 전쟁보다 훨씬 더 고귀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것 뿐이다'라고 말한 평화주의자였으며 자신의 조국인 독일에서는 그래서 오히려 배신자,매국노라는 언론의 지탄을 받고 그의 저서가 판매와 출판이 금지되기도 했던 작가였다.

 

그래서 그는 그 아픔을 그림으로 치유하면서 정원을 돌보며 살았다. 그에게 행복은 어딘가에 내 집을 갖고 한 족가의 땅을 사랑하며 그 땅을 단지 관찰하거나 그림으로 그리는 3데 그치지 않고 경작하며 식물을 지배하고 농부들이나 목장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맛보는 것이었다. 열심히 일하기 보다는 한가로이 즐길 것이며 수풀을 개간하고 식물을 재배하는 일보다는 가을의 타는 장작불의 푸른 연기곁에서 꿈꾸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가 정원을 돌보며 들었던 사유와 감상과 일상을 잔잔한 어조로 풀어놓은 조금은 천천히 산책하듯 읽어야 할 이 책은 군데군데 들어간 그의 그림과 그의 사진과 함께 나에게 행복한 독서의 시간을 안겨줬다. 

 

 


그는 나무를 이야기하는 장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서글퍼져 삶을 더는 견디기 어려워질 때, 나무는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가만히 있어라! 조용히 해라! 나를 바라보라! 삶은 쉬운 것이 아니다. 삶은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런 생각들은 모두 유치하다. 신이 네 안에서 말씀하도록 가만히 두어라.그리고 너는 침묵하라.네가 두려워하는 것은 네가 가는 길이 너를 어머니로부터,고향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딛는 걸음마다,매일매일 너는 어머니에게로 새롭게 이끌려간다.고향이란 여기 혹은 저기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고향은 너의 내면에 있거나 아니면 어디에도 없다.


나무들이 하는 말을 듣기를 헤세는 우리에게 충고해 주고 있다.

게다가 바쁘게 빠르게 앞만 보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가 전해주는 말들은 마음속에 견고히 쌓아놓은 딱딱한 욕심들을 와르르 무너뜨리는 망치가 된다.


궁핍하고 괴로운 시기에 비로소 진정으로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우리에게 충실하게 머무르며 빼앗길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신약성서의 글귀나 사상이 가득 담긴 괴테의 시구는 좋은 시절에는 훌륭한 강의를 듣고 좋은 음악을 듣는 많은 사람에게 소중한 가치가 있겠지만,궁핍과 굶주림,근심이 그들의 삶에 그늘을 드리울 때면 아무 소용도 없게 된다. 문화의 가치를 조용히 즐기는 것으로만 참여하던 사람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는 이런 가치들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장서가 없으면 정신적인 세계를,콘서트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음악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불쌍한 사람이다.그리고 그 사람은 의심할 여지 없이 앞서 얘기한 아름다운 정신세계와 진정으로 올바른 관계를 맺지 못했을 것이다.왜냐하면 이런 것들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비록 교양 있고 책을 많이 읽었거나 전문지식에 통달해 있더라도 그저 향락주의자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그저 문화를 소비하는 소비자에 지나지나 않았는지 가슴에 손이 저절로 얹어지는 문구였다.

 

 

마지막으로 그의 글은 그저 가벼운 수필만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멋진 문장을 만났다.

 

다른 사람들을 계몽하고 세상을 가르치고 이념으로부터 역사를 만들어 내려는 그 열정,저 격렬한 쾌락을 사람들은 자제해야 한다.

이 세상은 안타깝게도 이 고귀한 정신들이 지닌 충동이

다른 모든 사람의 충동을 결국에는

피와 폭력과 전쟁으로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명하다는 것은 현자들에게는

세계가 거칠고 격렬한 충동으로 지배되는 동안에도 연금술이자 유희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겸허해지자.

될 수 있으면 충동으로 가득 찬 시대의 흐름에 

저 영혼의 고요함으로 맞서자

그것은 옛사람들이 칭찬하고 노력했던 것이나,

우리도 그 선한 것을 따르자.

세계를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함께 생각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들고 종종 숲으로 가고 싶다. 조용한 숲속에서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헤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음악처럼 들으면서 영혼에게 휴식을 선물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