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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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 요나스 요나슨의 할아버지는 이야기로 청중을 휘어잡는 재능이 있으셨다. 그의 이야기를 입을 헤벌리고 듣던 손주들이 "할아버지 ...... 그게 .....진짜 정말이에요?"하면 "진실만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없단다"라고 대답하셨다고 한다. 이 책은 이렇게 "진짜예요?"라고 묻는다면 그닥 재미없고 그저 황당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뉴욕3부작으로 유명한 폴 오스터는 우연 또한 리얼리티의 일부라고 말하며 세상은 우연의 힘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그럴리 없는'것을 쓰면 현실적이지 않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어떤 리얼리티 속에 사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한다. 

 

보통의 경우 우연의 남발은 소설에서 금기지만 미학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요나스 요나슨을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이 소설은 줄거리만 보자면 황당한 사건과 이야기의 연속이다. 게다가 포레스트 검프보다도 더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주인공인 알란 칼손씨는 끼어들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곤 했다.(믿거나 말거나)

역사 속에는 외적인 결과만큼이나 숨막힌 진실을 담고 있다.역사란 것은 전체적으로 우연의 연속이라는, 우연의 일치에 의해서 결정되고 가장 뜻밖의 원인에서만 유래하는 사건의 연속인지도 모른다.(E.H.카 역사란 무엇인가)

특히 고지식한 부하때문에 워털루전쟁에서 패배한 나폴레옹의 경우나 사형직전에 목숨을 구한 도스토예프스키, 봉인열차를 타고 스위스를 탈출한 레닌이 이룬 러시아혁명의 경우는 우연적이지 않은가?


그러면 우리가 이 세상 모든 일이 우연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물론 현실에서 그렇게 살아가지는 않겠지만 문학이라면 이런 상상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 상상력이 넓혀줄 지평안에서 우리는 맘껏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요나스 요나슨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노인>은 역사와 개인의 우연의 하모니속에 펼쳐진 요절복통의 모험담이다. 한시간후면 벌어질 100세 생일 축하파티를 앞두고 꼭 여기서 죽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나를 외치며 알란 칼손은 창문을 넘어 도망친다. 그가 떠나는 모험에는 우연히 손에 들어온 거금이 들어있는 트렁크와 그것에 관련있는 갱단과 그들을 뒤쫓는 경찰과 검찰이 있다. 현실의 모험과 함께 알란이 100년 동안 겪어 온 사건들이 함께 교차되어 도대체 이 할아버지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렇지만 알란은 인생에 있어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어머니가 주신 교훈대로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뿐이다"라는 생각으로 불평도 하지 않고 걱정도 하지 않고 살아간다. 닉슨이던 모택동이던 누구를 만나던 간에 독한 술 몇 잔하면서 편하게 이야기하다보면 서로 이름을 부르며 친해지는 관계가 된다.이데올로기도 종교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삶의 작은 목표로 아둥바둥 삶에 지쳐 힘들 때 이 알란 칼손처럼 생각하고 살아본다면 여유와 웃음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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