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의 이야기
헤르만 헤세 지음, 전혜린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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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시절 읽었던 적이 있는 이 책을 다시 전혜린이라는 작가의 번역으로 만났다.그러나 처음 읽는 것처럼 이 책의 문장들은 낯설게 다가왔고 젊은 시절의 나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이탈로 칼비노는 고전은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무언가를 발견하다는 느낌을 갖게 해 주는 책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분명 이 책은 고전이라 해야 한다. 더구나 독자에게 들려 줄 것이 무궁무진한 책이다라는 칼비노의 다른 정의에서 보자면 이 책은 역시 고전이라고 해야 한다.

 

어디선가 들어보았던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라는 구절은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아포리즘의 하나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새와 알과 아프락사스라는 새가 나타내는 상징과 이 책의 주인공인 싱클레어의 성장과정은 책을 통하지 않고서는 그 의미를 알 수 없다. 

 

언듯 보기에 에밀 싱클레어라는 젊은이의 성장과정을 서술하고 있어보이는 이 소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책을 읽는 독자 모두가 다르게 읽힐 수 있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나는 이 책에서 니체의 사상을 만났다. 니체는 인간을 가두고 있는 담벼락으로 '유일한 것,완전한 것,자기 충족적인 것,그리고 불멸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영원히 고정되어 있어서 바뀔 수 없다고 상정된 것이야말로 인간을 가로막고 있는 담벼락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상징적으로 '신'이라고 불렀다. 인간은 힘들지만 이 순간만 참고 견디면 미래의 행복이 온다는 통념을 버리고 온갖 억압과 고통을 극복하여 현재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만들기를 주장했다. 이 책에서 데미안은 카인과 아벨,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매달린 도둑의 이야기를 다른 차원으로 이해하면서 명백해 보이는 것들조차 달리 볼 수 있음을,그 점에 비판을 가할 수도 있음을 깨우쳐 준다. 이것이 바로 비판적 인식의 첫걸음인 것이다.

 

책을 읽어가며 나는 이 책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과 대학생인 청년들이 꼭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들었다. 이들은 너무나 힘든 외부의 힘에 스스로 너무 무겁고 자유를 빼앗기고 달아날 곳도 없는 막막한 시간들을 견뎌내고 있다. 그럴 때 이 책을 통해서 삶의 방향과 방법을,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면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것을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탄생되는 일은 언제나 어려운 것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애를 쓴다. 우리의 청소년들도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길이 그렇게도 어려운다? 다만 어렵기만 하던가? 아름답기도 하지는 않던가? 보다 아름답고 보다 쉬운 길을 알 수 있었을 것 같은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꿈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 세계는 가벼워진다. 그러나 영속적인 영원한 꿈은 없다. 새로운 꿈이 교대를 한다. 우리는 어떤 꿈도 붙들어 두려고 해서는 안된다.그렇지만 그 꿈이 운명인 한은 우리는 꿈에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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