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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 이현수 장편소설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4월
평점 :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내가 살았던 고향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곳에 있었던 6.25전쟁 당시의 4일간의 믿지 못할, 믿을 수 없는 이야기.
그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
그 이야기를 <나흘>에서 만났다.
아버지가 그 당시 11살이어서 전쟁이야기를 종종 들려주곤 하셨다. 그렇지만 가까운 곳에서 벌어진 대대적인 민간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또한 자신의 고향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는 동학농민운동의 자랑스러운 기억뿐이다.
내시집안의 자손으로 따돌림을 받으며 살았던 기억이 전부인 고향을 노근리 다큐를 제작해야하는 일 때문에 억지로 찾는 장면에서 이 소설은 시작한다. 1950년의 그 여름처럼 후덥찌근하게 더운 여름날, 김진경은 고향을 찾는다.
왜 동학운동의 이야기는 전하면서 노근리사건의 이야기는 꽁꽁 묻어두는 것일까?
거기에는 자신의 가족과 함께 가장 가까운 이웃집 가족과 깊이 연관된 사연이 숨어있었다. 미군의 총부리앞에서 살기위해 눈감아야 했던 사건. 그 사건을 덮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발걸음은 집안의 역사와 맞물려서 아픈 기억을 하나 하나 끄집어 낸다.알 수 없었던 엄마의 죽음, 모르고 컸던 아버지의 부재.
그렇게 몰랐던 가족사와 모르고 살아왔던 마을의 역사가 뒤엉켜 현재의 나에게 무거운 현실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외면할 수 없는 일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문학이 하는 일을 생각해보았다. 문학의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하는 우리의 과거 또한 담아내야 한다. 특히 묻혀있는 역사적 사건과 진실은 역사학자만의 몫이 아니고 그 후손들인 우리 모두의 몫이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노근리양민학살의 진실은 미국 국립무서기록관리청에서 사라져버린 문서 한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실을 듣고서도 말하지 않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도 있어야 한다.
너무도 잔인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담한 문체로 그려낸 작가의 생각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우리의 역사를 냉정하고 담담하게 그렇지만 정확하게 다시 들여다볼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