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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그 사람이 누구를 주로 만나 대화를 하는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한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만나는 사람과 우리가 읽는 책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관계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렇듯 살펴보라고 하는데 하물며 나를 지배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가 어떤 책을 읽는지가 우리에게는 무척 중요하다.그가 선택한 책을 근거로 그의 생각과 행동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마음속에는 대체 무엇이 있겠는가? 인간 조건에 대한 통찰력을 어디에서 얻었겠는가? 인간다운 감성을 어떻게 구축했겠는가? 무엇을 근거로 상상하고,그 상상의 색깔과 무늬는 무엇이겠는가? 궁금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캐나다의 작가,<파이이야기>로 유명한 얀 마텔은 캐나다의 수상인 스티븐 하퍼에게 근 4년동안 101회의 편지와 그보다 많은 책을 보내주면서 '우리 지도자들이 무엇에서 마음의 양식을 얻고 어떤 마음을 품기를 바라는가?'를 말하고 있다.
그가 수상에게 보내는 책들은 수상의 바쁜 생활을 고려하여 200쪽 이하의 다소 짧은 것들과 평이하고 간결하게 쓰인 책들과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다.
작가는 국민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세상이 실제적으로 돌아가는 이치를 이해하는 능력뿐 아니라,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꿈꾸는 능력까지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이해하고 꿈꾸는 데 문학작품만큼 좋은 것은 없다.
많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국민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정치지도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나 깊은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럴 때 문학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대신 할 수 있고 우리자신 또한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얀 마텔은 이 책에서 문학을 읽는 것에 대한 좋은 점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대해 읽어갈 때 우리는 결국 우리자신에 대해 읽는 것입니다.
우리가 책을 읽어서 좋은 점은 고양이보다 더 많은 삶을 살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위대한 책은 독자로 하여금 세상을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책을 읽는순간에는 겉보기에 세상으로부터 눈을 돌리는 것 같지만,책을 덮고 나면 세상을 더 명철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요컨대 책은 세상을 더 날카롭게 관찰하는 눈을 독자에게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책은 묵상의 깊이를 더해주며 생각하고 느끼는 데 도움을 주는 경이로운 도구,엄격하게 말하면 유일한 도구입니다.
완전히 다른 책들이 책꽂이에서 서로 싸우지 않고 나란히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문학의 희망이 무엇이고 정적을 바라는 마음이 무엇일까? 전혀 다른 책들이 평화롭게 나란히 놓인 모습을 보고 우리가 달라져서 우리도 확연히 다른 사람들과 나란히 함께 살 수 있기를 바라는 게 아닐까?
그렇게 수상에게 책을 보내고 편지를 쓰지만 수상으로부터 답장은 받지 못하는 마텔은 날카롭게 한 마디를 던진다.
'미래세대가 수상님을 비난하겠지요. 어쩌면 수상님을 조롱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에게 문학의 중요성도 모르고 책도 읽지 않는 수상을 비난하고 조롱하라는 언질일 수 있겠다싶었다.
이 책의 맨 앞장에는 박근혜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이 있다. 하퍼수상은 절대 문학작품을 읽지 않는다. 똑똑하지만 재미없는 사람이다.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결코 본받지 말아라라고 충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이 책을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대선을 거치는 과정에서도 그리고 어떤 뉴스에서도 대통령이 어떤 책을 읽었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대통령과 가깝게 지냈던 한 정치인이 책이 별로 없으며 누군가에게 기증받은 서로 연관이 없는 책들뿐이다라는 말을 듣고 대통령에 대해 많은 실망을 하고 있었다.
이 책이 물론 대통령에게 보내지는 서한이지만 어느 누구에게나 보내져야할 편지임을 부정할 수 없겠다. 나를 제대로 아는 것 , 사람을 올바로 이해한다는 것은 특정인에게만 해당되지는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