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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석영중 지음 / 예담 / 2013년 3월
평점 :
결혼을 하고서 친정과 시댁의 음식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것에 당황했었다.명절에도 친정집은 꼭 해야만 하는 음식들을 꼭 필요한 양만 해서 며칠만에 다 먹는다. 그 음식을 두고 두고 먹고 싸주고 하는 생각이 없다. 식사할 때도 밥과 국 몇가지 반찬에 특별한 음식 한가지 그렇게 단촐하게 차리고 같이 얼굴보고 밥먹고 이야기를 한다는 데 의미를 둔다. 그렇지만 시댁은 많은 양의 여러가지의 음식을 차리려다보니 하루종일 음식만들고 상차리고 치우는데 명절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그나마 남은 시간을 음식만들고 먹는 데 힘들었으니 자고 쉬는 데 시간을 보낸다. 음식에 대한 너무도 다른 두 집의 생각에 때론 혼란스럽기도 하고 결혼한지 이제 십몇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건 아마도 단지 먹는 것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음식은 다양한 문화와 이데올로기의 표현의 한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의 저자인 석영중님의 관점은 그래서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동안 읽어왔던 푸슈킨,톨스토이,고골,솔제니친의 소설속에서 음식을 중심으로 그들의 문학과 삶을 끌어내는 탁월한 안목을 보여주었다. 거기에다 작가의 감칠맛나는 글솜씨가 어울려 쉽게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책을 읽으며서 이 작가들의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푸슈킨이 음식을 통해서 하려는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정갈하고 소박한 식사를 원했다고 한다.
'남의 문학'을 '나의 문학'으로 재창조하는 긴 여정의 마지막에 그가 도달한 지점은 결국 소박함이었다. 정확하고 간결한 문체로 써내려간 작품들은 궁극적으로 소박함의 결정체로 응고되어 푸슈킨 문학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톨스토이의 책을 읽다보면 나쁜 사람들은 프랑스어로 말하고 편지를 쓰고 프랑스음식을 먹는다. 톨스토이는 프랑스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적인 것에 푹 빠져있는 귀족계층이었다. 이들은 허위로 가득하고 타락한 계층이었다.이제 다시 톨스토이의 책을 읽는다면 이런 부분을 눈여겨보아야겠다.
가장 유명한 대식가이자 식도락가였던 고골은 아이러니하게도 굶어 죽었다. 영혼의 양식을 위해 육체의 양식을 버린 결과였다.
고골과 체호프에게서 음식이 범속한 현실을 전달하는 언어였다면 톨스토이에게는 도덕을 설교하는 언어로 작용한다.
이들과는 다르게 솔제니친은 압도적인 굶주림앞에서 음식에 대한 그 어떤 이념도 설명도 관념도 사치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의 곳곳에 들어있는 러시아문학에 대한 깊이있는 고찰, 작가에 대한 이야기들, 음식에 대한 이야기 모두가 흥미로왔다. 러시아문학에 러시아 작가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책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