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물건과 속닥속닥 - 골동품이 내게로 와 명품이 되었다
이정란 지음, 김연수 사진 / 에르디아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참 이상하다.얇은 책 한권이 나를 과거로 데리고 가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흔히 말하는 골동품을 어떻게 잘 찾아서 내가 소유해보자는 생각이 생긴 것이 아니라 삼십년전 시골의 우리집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햇살이 돌에 부서지는 여름.장독대에 피어있는 채송화꽃을 가지고 놀다가 약다린 향이 나는 약탕기를 깨뜨려 할머니한테 혼이 났던 기억하며 할아버지가 살아계시던 나이를 손으로 꼽을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피시던 놋쇠로 된 담뱃대와 놋쇠화로.아버지가 사용하시던 알이 많았던 주판.할머니의 참빗. 그런 것들이 떠올라 책을 읽는 내내 시선이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분들. 그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물건들.


내가 좀더 나이가 들었더라면, 아니 그런 오래된 물건이 가져다 주는 정과 추억과 철학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지금 내곁에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이 책을 쓴 이 정란님은 욕심껏 이런 물건들을 잘 챙겨와서 그야말로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길에서도 줍고 친정집에서도 가져오고 벼룩시장에서도 잘 산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우리의 눈에는 낡은 물건이고 별 쓸모도 발견하기 어려운 것들이지만 이 정란님의 눈에는 그 가치와 쓸모가 눈에 확 들어오나 보다. 


책을 읽다보니 이제 시골집에 가서도 아마 눈을 크게 뜨고 다니게 될 것 같고 벼룩시장의 물건도 눈 크게 뜨고 자세히 살펴보게 될 것 같다. 작은 물건하나에 얽혀있는 삶과 사람의 이야기가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관심이 아마도 조금은 다르게 보는 눈을 갖게 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본다.


새로운 것,세련된 것,비싼 것, 명품만 찾는 요즘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핀잔을 들을지도 모르지만 남들이 갖지 못한 나만의 고향을 내 주위에 두고 있으면 행복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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