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5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이항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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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로 칼비노는 그의 책 <왜 고전을 읽는가>에서 고전이란 우리가 처음 읽을 때조차 이전에 읽은 것 같은 '다시 읽는'느낌을 주는 책이며, 우리와 무관하게 존재할 수 없으며,그 작품과 맺는 관계안에서, 마침내는 그 작품과 대결하는 관계안에서 우리가 스스로를 규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고 했다. 얼마전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읽었다. <첫사랑>에서의 이 작가의 섬세한 표현과 인간의 내면을 보는 날카로운 눈에 감탄했고,그에 대한 관심은 <아버지와 아들>로 이어졌다.
 예전 우리가 어른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고전을 읽어라는 말을 자습서 뒷편에 나오는 요약본으로 대신했고 많은 고전들은 그렇게 몇줄로 요약되어 내기억속에 있어서 나이가 든 뒤에도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책들이 되었다. 그러다가 아들이 다시 고전을 읽어야하는 나이가 되었고 아들을 위해서 책을 다시 한권 두권 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펴보게 되는 첫페이지는 고전속으로 나를 강하게 빠져들게 했다. 지금에 읽는 고전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그 이야기들이 아니었다.
 
 위에서 말한 이탈노 칼비노의 말처럼 처음 읽을 때조차 낯익은 그렇지만 또한 엄청나게 신선한 책이 되어 있었다. 세대간의 갈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 같다고 판단(?)했던 <아버지와 아들>을 읽으면서 대충 알고 있는 그런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 줄 한 줄 읽어가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이곳 저곳 포스트잍을 붙이고 밑줄을 그으면서 읽다가 좋은 말들은 다시 노트에 옮겨적었다. 왜 많은 고전들이 그 문장 그대로 우리에게 전해지는지...... 그 문장 그대로 우리에게 다가와야 진정 의미가 있는 것이다.

 1840년대에 태어난 아버지세대들, 이 책에 나오는 아버지세대들은 귀족출신의 이상주의적 자유주의자들로 철학과 예술을 숭상하는 낭만적인 사람들이다. 1860년대에 태어난 아들세대들,이들은 잡계급출신의 혁명적(급진적)민주주의자들로 자연과학을 비롯한 실용학문을 삶의 지표로 삼고 있다. 이들의 갈등과 대립, 그리고 서로간의 사랑과 우정이 작가의 개입과 설명으로 한층 잘 버무려져 있는 작품이다. 아들세대의 대표자인 바자로프는 아버지세대의 대표자로 보이는 파벨의 눈에는 오만하고 뻔뻔스러운 냉소주의자이며 천한 놈일 뿐이다. 바자로프의 눈에 보이는 파벨은 철저한 귀족주의자로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세대일 뿐이다. 바자로프는 철학과 사상또한 쓸데없는 낭만주의 그 이상도 아니다. 그러나 그는 오딘초바를 사랑하게 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이 때 느끼는 감정과의 불일치를 경험하지만 그 감정을 애써 부정한다. 

 "게다가 사랑이란...... 그건 위선적인 감정이니까요."
 "정말이에요? 그 말을 들으니 정말 기뻐요."
 안나 세르게예브나는 이렇게,바자로프는 그렇게 말했다. 그들은 둘 다 진실을 말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말은 진실이었을까? 정말로 진실이었을까? 그들 자신도 모르는 일을 작가가 어찌 알겠는가,그러나 그들의 대화는 서로를 믿는 것처럼 시작되었다.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조차 거부한 이념, 그것이 아마 인간이 어리석어서 매번 후회하면서 사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특히 젊은 시절에는 더욱 더. 

 인간은 모두 한 오라기의 실에 매달려 있고, 그 밑에서 심연이 매순간 아가리를 벌리고 있어. 그런데도 인간은 스스로 온갖 불쾌한 일들을 만들어 삶을 망치고 있거든.

이 책을 읽으면서 혼란스러운 시기에 빠져 있는 것처럼 갈피를 못잡고 있는 나를 다시 보고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파벨처럼 혼란스러운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청춘을 지나가버렸지만 노년은 아직 시작되지 않은 시기,희망과 비슷한 애수,애수와 비슷한 희망의 시기에 내가 있다. 나는 아버지의 시대에도 아들의 시대에도 한발씩 걸치고 있으면서 순간순간 잘못된 선택을 하면서 불쾌한 일들을 만들어 삶을 망치고 있을 때가 많은 듯 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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