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은 나의 힘 - 카프카의 위험한 고백 86
프란츠 카프카 지음, 가시라기 히로키 엮음, 박승애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2013년을 시작하면서 같이 읽게 된 두 권의 책이 있었다. 바버라 애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과 가시라기 히로키의 <절망은 나의 힘>. 두 권을 동시에 읽으면서 새해를 부정적인 책들로 시작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잇었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억지로라도 긍정하라고 희망을 가지라고 외치는 책들이 아니라 한권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은 마약처럼 몸은 아픈데 그것을 잊으라고 하는 강요된 이데올로기다라고 하고 또 한권은 현실은 절망이다라고 말한 작가의 독백이었다.

 

 그동안 너무 자기계발서들과 희망과 긍정을 말한 책들만 읽었으니 반대의 책도 읽어보자고 시작했지만 갑자기 뒤통수를 때리는 경험을 했다. 왜 나는 현실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희망만을 가지자고 했었지? 왜 불행과 고통을 억지로 외면하고 긍정의 힘, 희망만을 믿어 왔지? 그 근거는 뭐지? 

 

 카프카의 위험한 고백 86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와 있는 이 책은 카프카의 여러 단편과 편지들에 나와 있는 카프카의 말을 묶어 놓은 것이다. 생전에는 무명작가로 살았고 41세에 결핵으로 생일 한달전에 죽었으며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작가. 그렇지만 현재에는 20세기 최고의 소설가로 평가되는 작가는 그 생애의 모두를 절망속에서 살았다. 

 

 그는 미래에 대해서도 세상에 대해서도 절망했으며 왜소한 몸,심약한 마음,부모,학교,직업,꿈에 대해서도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고 만족하지 못했다. 자신은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고 결혼을 원했음에도 결국 결혼도 하지 못하고 스스로 파혼을 하고 만다. 그러다 보니 자식도 없고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절망한다. 진실, 음식, 불면증 세상 모든 것이 절망적이었던 카프카의 독백은 자기자신을 포기하면서 계속 질문을 해나간다.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것들에 대한 부정, 상실에 대한 자신의 기분, 체험 이런 것들에서 우리는 어쩌면 일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존재 자체가 불안하고 절망이며 대답없는 어둠을 향하여 끝없이 던지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인간의 근복적인 연약함을 카프카의 독백에서 만나게 된다. 

 

 능력있음을 강조하고 강요하는 이 시대에 난 가진 것이라고는 약점뿐이라고 말하는 카프카의 작품이 카프카의 죽음뒤에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이러니 할 뿐이다. 질병에 걸린 걸 구제받았다고 하는 사람, 죄의식이 강하고 자기처벌적 욕구가 강한 사람, 새치가 조금식 나오는 걸 백발이 되었다고 하는 카프카의 감성이 인간존재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잘 표현한 작품들로 구현된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절망이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말에는 공감하지 못하겠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요즘의 이데올로기를 굳이 쫓지 않아도 되는 것에 안심이 된다. 인간존재자체가 불완전하고 나약한 것이기에 조금은 모자라고 조금은 느리게 가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면서 올해를 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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