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동시간 줄이고 농촌을 살려라 - 변산농부 윤구병과의 대화 ㅣ 이슈북 4
윤구병.손석춘 지음 / 알마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풍문에 들은 듯한 이름이었다. 윤구병! 무엇보다 농촌공동체를 이끌고 있다는 말과 보리출판사의 대표라는 것에 궁금증이 돋아 책을 펼쳐들었다. 아이가 초등학교때 식물세밀화책을 보았는데 너무도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책이 바로 보리출판사에서 낸 것이어서 그 이름이 머리속에 남아있었다. 보통 초등학교아이들을 위한 식물 혹은 동물 책이 여기저기 많이 보이는 사진에 백과사전에서 따온듯한 설명을 좀 쉬워보이는 말로 적어놓은 성의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 책은 눈길을 끌었고 소유하고픈 욕심이 생겼다.
그런 출판사의 대표로 6시간 노동시간을 지키고 있다는 것에 괴짜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편안한 포장마차에서 막걸리 한잔하면서 윤구병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짜임의 책이다) 그의 단순하면서도 깊이있는 철학과 그가 사는 삶의 당위성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렇게 살면서 어떻게 이 세상과 함께 숨을 쉬고 살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함께 들었다. 그렇지만 그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같이 실천하지 못하고 그저 어쩔 수 없지 뭐 하며 그럭저럭 살고 있는 숱한 이들이 있기에 그의 실천은 위대해 보였다.
책머리에 '농촌살리기'와 '노동시간줄이기'를 우선하는 정치가 절실하다는 강조가 눈에 띄었다. 더 고개를 끄덕인 부분은 2030세대 절반을 농촌으로 보낼 수 있는 대통령이 희망이라는 말이었다. 초중고의 방학도 4달로 늘리고 교육의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는 호소에는 당장이라도 그런 운동을 벌이고 싶어졌다.
'정치'는 '정명正名'이라며 말길을 바로 잡는 일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먹물들이 토박이말을 한자말로 바꾸면서 상상력을 죽여버리고 구체성을 없애버린 것이다. 세상은 있을 것이 있고, 없을 것이 없는 것이 좋은 거고 없을 것이 있거나 있을 것이 없으면 나쁜 것이다는 말에 너무도 단순하지만 당연한 것이 지켜지고 있지 않은 현실과 그런 현실에 대한 비판조차하지 않고 살고 있는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철학책 한권도 제대로 읽지 않고 진학한 철학과의 생활과 그가 생각하는 과거의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 또한 들어볼 만 하다. 마지막에 술이 좀 더 들어가면 나올 듯한 그의 토로는 웃음이 피식 나왔다. 일부일처제가 영 못 마땅한 윤구병님의 사랑도 더 들어보고 싶어졌지만 그 정도에서 마무리를 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멋진 한 사람을 알게 되었고 그를 마음속으로나마 응원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