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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욕망하는 냉장고
KBS <과학카페> 냉장 / 애플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김장철이다. 결혼 18년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김치냉장고 없이 살았다. 김치를 못 담궈먹는 나의 재주(?)때문에 보관해야할 김치가 적어서이기도 하고 양문형 커다란 냉장고가 있어서 그다지 필요성을 못 느끼다가 올해는 쏟아지는 김치세례에 두손들고 김치냉장고를 구입했다.220L짜리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오랜만에 들러 본 전자제품파는 곳은 별천지였다. 가전제품은 한 번 구입하면 십년정도 쓰는지라 그동안 가보지 않아서인지 그야말로 대형냉장고들뿐이었다. 내 키보다 크고 양문형냉장고보다 용량도 큰 게다가 가격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인 김치 냉장고가 가장 좋은 위치에 떡 버티고 서 있었다. 과연 이 책의 제목대로 <욕망하는 냉장고>라고 할 수 밖에.
제목에 끌렸다. 십년전 내가 냉장고를 구입할 때에도 당시 최신형으로 제일 용량이 큰 걸로 구입했다. 그런데 이제는 가장 일반적인 규모가 되어버렸고 그야말로 대형냉장고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 책에서는 그 이유를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발명품인 대형할인점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구심이며 다소 거리가 먼 곳에 할인점을 위치하게 해서 많이 사게 한다는 것이다. 대형할인점에서 파는 것들의 싼가격에 마음이 끌리고 싸게 샀다는 횡재했다는 생각에 필요용량보다 많이 구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내가 마케팅에 마음이 쉽게 동하는 소비자인지는 모르겠지만 할인점에 갔을 때 많이 사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먹자는 생각을 하고 많이 구입해서 오는 경우들이 많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집에 가서 오랜만에 냉장고 청소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몇년이 된지도 모를 떡과 생선조차 발견되어 기억조차 나지 않는 것에 경악했다. 큰 맘먹고 버리면서 '그냥 제값주고 사먹자. 필요한 양만큼만 사자. 누가 그냥 준다고 하더라고 필요하지 않으면 사양하자.'등등 결심을 단단히 했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도중에 놀라운 사실들도 알게 되었다. 쓰레기를 뒤져서 먹고 사는 사람들,프리건의 존재도 알게 되었고, 채집으로 먹을 것을 구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가장 마음에 끌리는 것은 푸드마일리지와 로컬푸드 운동이었다.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재료들이 얼마나 멀리에서 오고 있는지를 계산하는 것이 푸드 마일리지이며 자신이 살고 있는 지방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자는 운동이 로컬푸드운동이다. 계몽주의의 빛을 띠고 있는 이런 운동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덫에 갇힌 우리들의 삶에 어느정도까지는 영향을 끼칠 듯 하다.
냉장고가 우리의 생활을 안락하고 안전하게 도와준 것은 분명하지만 헛된 욕망으로 가득 채우지 않고 그저 곤한 삶을 도와주는 정도로 사용하는 게 옳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점에서 나의 냉장고는 어떤가? 욕망으로 그득하지 않은가? 삶을 긍정하는 감사와 겸손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